충북 옥천의 한 복숭아 농원에서 첫 수확을 앞두고 복숭아 오백 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없어진 양은 올해 이 농원에서 거둘 물량의 절반 정도에 이른다. 복숭아가 사라진 것은 첫 수확이 예정돼 있던 지난달 이십칠일 오전쯤으로, 탐스럽게 익어 가지에 매달려 있어야 할 나무 곳곳에는 이제 열매를 딴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피해를 입은 곳은 도시 생활을 접고 농촌에 정착한 맞벌이 귀농인 부부가 가꿔 온 복숭아 농원이었다. 부부는 첫 수확을 하는 그날 저녁에 복숭아를 따서 일부는 내다 팔고 나머지는 주변과 나눌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작 수확을 시작하기도 전에 애써 기른 열매를 통째로 도둑맞으면서 부부는 그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사라진 복숭아는 모두 오백 개로, 올해 이 농원이 거둘 예정이던 수확량의 절반에 이르는 적지 않은 양이다. 첫 수확을 코앞에 두고 붉게 익어가던 열매가 통째로 없어진 자리에는 딴 흔적만이 덩그러니 남아, 한 해 농사의 결실이 수확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사라졌음을 보여줬다.
농원 측에 따르면 누군가 짧은 시간 안에 잘 익은 열매만 골라 수백 개를 따 간 것으로 파악됐다. 아무 열매나 손에 잡히는 대로 딴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내놓기 좋게 잘 여문 복숭아만 추려 갔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이런 정황은 이번 도난이 단순한 우발적 범행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경찰은 짧은 시간에 잘 익은 열매만 정확히 골라 갔다는 점에서, 이번 절도를 이 지역의 사정과 복숭아의 특징을 두루 잘 아는 이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느 밭에 언제 복숭아가 가장 잘 익는지 알지 못하면 이처럼 알짜 열매만 추려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아 밭과 과수원에서 애써 기른 농작물이 통째로 도난당하는 피해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찰도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농산물 절도 사건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농민들에게 수확을 앞둔 도난은 한 해 땀의 결실을 한순간에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농산물을 노린 절도를 막기 위해 순찰을 비롯한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확기를 맞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에 무게를 두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첫 수확을 앞두고 한 해 농사의 절반을 잃은 귀농 부부의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