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떠나는 신입생 자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새 학기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자퇴서를 내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단순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로 보기 어려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내신 성적이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일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해, 교육 현장에서는 입시 구조가 만들어낸 또 다른 불안 현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규모부터 예사롭지 않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자퇴를 선택한 학생 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만 명을 넘어섰다. 한때 학교 부적응이나 개인 사정으로 여겨지던 신입생 자퇴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커진 것이다. 짧은 재학 기간에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이만큼 많아졌다는 사실 자체가, 자퇴의 성격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입학과 동시에 학교를 떠나는 흐름이 해마다 굳어지면서, 교육 당국도 신입생 자퇴를 더 이상 개별 사례로만 볼 수 없게 됐다.
지역별로 보면 편차가 크다. 충남의 고등학교 일 학년 자퇴생 증가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고, 세종 역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신입생 자퇴가 유독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이 현상이 특정 지역의 입시 환경과 맞물려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교육계에서는 단순한 부적응을 넘어 대학 입시를 겨냥한 전략적 이탈이 자퇴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바뀐 내신 평가 방식이 있다. 고교 내신이 기존 구 등급제에서 지난해부터 오 등급제로 바뀌면서, 가장 높은 일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 비율이 십 퍼센트로 늘었다. 등급의 문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한 등급만 밀려나도 상위권 대학 수시 전형에서 크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커졌다. 초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판을 새로 짜려는 유인이 강해진 것이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이른바 내신 리셋이다. 첫 학기 내신이 기대에 못 미치면 자퇴한 뒤 아예 수능에 집중하거나, 이듬해 다시 일 학년으로 입학해 내신 성적을 처음부터 다시 쌓는 방식이다. 망친 내신을 되돌리기 위해 일 년을 감수하고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이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지역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도 기숙학원에 들어가거나 재입학을 택하는 자퇴생이 많다며 입시 혼란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충청권에서 이런 이탈이 더 두드러지는 데는 지역 특유의 입시 구조가 있다. 이 지역은 지역 인재 전형이 상위권 대학 진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다른 어느 곳보다 교과 성적, 즉 내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다. 내신 한 줄이 대학 문턱을 가르는 만큼, 초반 성적을 되돌리려는 자퇴 유인이 그만큼 더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인재 전형을 노리는 학생일수록 첫 내신을 만회하기 위한 선택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설명이다.
학생들이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 자체가 학교에 개설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출발선부터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분별한 자퇴를 막기 위해 학업중단 숙려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주로 학교 부적응 학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입시를 위한 계획적 이탈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결국 치열해진 입시 경쟁이 신입생 자퇴라는 또 다른 불안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