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개표소로 쓰인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의 봉쇄가 길어지면서,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둔 체육단체들의 업무 방해가 14일째 이어지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시위 참가자들은 경기장 출입문 손잡이를 청테이프와 노끈으로 칭칭 감고 그 위에 미국 대통령 사진을 도배했으며, 대형 성조기까지 내걸어 놓은 상태다.
어젯밤 10시 반쯤에는 한 손에 태극기, 다른 손에 흉기를 든 30대 남성이 개표소 시위 현장에서 소리를 지르다 자해 소동을 벌였다. 왼쪽 소매가 피로 젖었고, 말리려고 다가가던 시민을 덮칠 듯 위협하기도 했으나 추가 부상자는 없었다. 경찰은 대치 끝에 남성을 체포해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했으며, 온라인에서는 그가 특정 국적의 유학생이라는 글이 퍼졌지만 경찰은 수사 결과 한국 국적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현장 곳곳에서는 욕설이 난무하는 충돌도 수시로 목격되고 있다. 한 포털 기사 댓글에는 시위 현장을 관할하는 서울 송파경찰서를 직접 지목해 무기고를 털자는 취지의 협박성 글까지 달렸고, 경찰은 작성자 추적에 나서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송파서의 경비 태세를 강화했다.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체육단체와 국가대표 선수들의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음 주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핀수영협회는 경기장 안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자 아예 별도의 임시사무실을 열고 급한 집기부터 옮겨 와 준비에 들어갔다. 마냥 기다리느니 새로 준비하는 편을 택한 것이다.
앞서 봉쇄가 열흘 넘게 이어지던 지난 15일, 대한체육회가 공권력 투입을 공식 요청했지만 경찰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체육인들이 경기장 진입을 시도하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개입해 합의안까지 만들었으나, 성조기를 두른 채 문을 막아선 시위 참가자 한 명을 넘지 못하면서 합의는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한 현직 검사는 통상의 파업이나 점거 농성 사례에 비춰 보면 이번 사안은 명백한 업무 방해에 해당하고, 주변에서 이를 부추기며 동조한 사람들도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시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은 한 명도 없었고, 상황이 끝나자 문을 막았던 여성은 오히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처럼 뒤늦은 대응이 반복되는 사이 여자 핸드볼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강요와 취재 기자 폭행, 경찰관 모욕 등이 잇따랐지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비판이 거세지자 행정안전부 장관이 불법 행위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담화를 발표했고 서울경찰청장도 불법 행위 공범은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현장은 그대로여서 경찰이 보여주기식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