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에 참여하는 남성이 늘면서 최근 오 년 사이 남성의 가사노동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남성의 가사노동은 이 기간 35%가 넘게 늘었다. 청소와 식사 준비는 물론, 자녀를 돌보는 일에 직접 참여하는 남성이 많아진 것이 이러한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가정 내 역할 분담에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남성의 가사노동을 금액으로 환산한 규모도 적지 않았다. 남성의 가사노동 생산액은 백오십육 조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증가율 측면에서 보면 남성의 가사노동 증가 속도는 여성의 증가율보다 두 배가 넘게 높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았던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그럼에도 집안일의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크게 기울어 있었다. 전체 가사노동 생산액 가운데 여성이 차지한 비중은 73%로 나타났다. 남성의 참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집안일 네 건 가운데 세 건은 여전히 여성의 몫인 셈이다. 변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의 무게중심은 아직 여성 쪽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 준다.
가사노동의 생산이 소비보다 많은 이른바 흑자 상태가 이어지는 기간에서도 남녀 간 격차가 뚜렷했다. 남성의 경우 이 흑자 상태가 삼십이 세부터 사십삼 세까지 십이 년 동안 이어졌다. 반면 여성은 이십육 세부터 팔십삼 세까지 무려 오십팔 년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훨씬 더 오랜 기간에 걸쳐 가사노동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고령화에 따른 변화도 함께 확인됐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가사노동 생산액은 오 년 전과 비교해 55%가 넘게 증가했다. 은퇴 이후에도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과 그 가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로, 고령층이 가정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노년층의 가사노동이 더 이상 부수적인 부분이 아님을 시사하는 결과다.
노년층의 가사노동 증가에는 구체적인 배경이 있었다. 우선 나이 든 배우자를 돌보는 이른바 노노부양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더해 맞벌이를 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이른바 황혼 육아가 확산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돌봄의 책임이 노년층에게로 옮겨 가는 흐름이 가사노동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번 결과는 가정 내 가사노동의 분담 구조가 서서히 바뀌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오래된 불균형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남성과 노년층의 참여가 늘어난 점은 변화의 신호로 읽히지만, 여성에게 집중된 부담과 긴 흑자 기간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가사노동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