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대규모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사국이 백삼십여 명에 이르는 조사요원을 투입해 지난달 말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에서 세무와 회계 관련 자료를 대거 확보했다. 국세청은 강호동 중앙회장과 임원들을 겨냥해 자금 흐름과 탈세, 횡령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사국은 탈세나 비자금, 배임과 횡령 같은 중대한 혐의가 포착됐을 때 투입되는 특별조사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정기조사 주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점에 백삼십여 명이 한꺼번에 동원된 것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특별세무조사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정 당국은 회계의 정확성과 전반적인 자금 관리 실태를 폭넓게 검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강호동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강 회장이 재작년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농협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던 한 업체로부터 억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선거 국면에서 불거진 금품수수 의혹이 현직 회장의 거취까지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안팎으로 거센 압박에 직면해 있다. 중앙회는 물론 자회사까지 정부의 특별감사를 받았고, 지배구조를 농민 조합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무조사와 감사, 경찰 수사가 잇따르면서 조직 전반이 개혁 압박의 한복판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은 이름 그대로 농민들의 협동조합이지만, 농협중앙회를 동일인으로 하는 자산 팔십삼조 원 규모의 재계 아홉 번째 기업집단이기도 하다. 금융과 유통, 식품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조직인 만큼, 이번 세무조사의 파장이 단순한 세금 문제를 넘어 조직 운영 방식과 지배구조 논의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특별세무조사가 지배구조 개혁을 압박하는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이 농협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방만한 경영을 문제 삼아온 상황에서, 세정 당국의 고강도 조사가 개혁 논의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세청은 통상적인 세무 검증 절차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측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최종 판단은 수사와 사법 절차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세무조사 결과와 경찰 수사의 향방에 따라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강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