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삼십 대 노동자가 지게차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조선소라는 대형 사업장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목숨을 잃으면서, 사업장 안전 관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당국과 경찰은 이번 사고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반복되는 산업재해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이번 사고가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난 지게차는 운전자의 머리를 보호하는 장치인 헤드가드를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낮춰놓은 채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즉 머리 위를 지켜줘야 할 보호 구조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다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헤드가드를 두고는 규정과 실제 운영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입식 지게차의 헤드가드는 원칙적으로 일 점 구 미터 이상의 높이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러한 기준과 달리 현장에서는 이 년 전부터 헤드가드를 불법으로 개조해 낮춰 쓰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전 기준이 현장에서 사실상 무력화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해당 높이 기준이 이번 지게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회사는 사고가 난 지게차가 도로를 달리지 않기 때문에 건설 기계로 분류되지 않으며, 따라서 일 점 구 미터라는 헤드가드 높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전장치를 낮춘 것이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노사 간 해석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서 지난 십팔 일에는 울산 공장에서 이십 대 이주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짧은 기간 사이에 서로 다른 사업장에서 잇따라 사망 사고가 벌어지면서, 특정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반의 안전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위험 작업에 내몰리기 쉬운 이주 노동자의 안전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만 숨진 노동자는 모두 세 명에 이릅니다. 잇단 인명 사고에 노동당국과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사업주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반복되는 죽음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책임 규명이 분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동계는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으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잇단 사고에 결국 회사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사흘 동안 모든 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안전점검을 벌였습니다. 생산 라인을 통째로 세워 가며 점검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일회성 점검에 그쳐서는 안 되며, 낮춰진 안전장치와 같은 현장의 관행부터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