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천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시작된 큰 화재가 육십일 시간여 만에 거센 불길이 잡혔다. 소방당국은 어제 저녁 여덟 시쯤 주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 단계와 국가소방동원령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잔불 정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이 처음 시작된 지 약 육십일 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은 것으로, 대형 물류시설의 화재 진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번에 불이 난 곳은 지상 팔 층, 연면적 이십구만 구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대형 물류센터다. 건물 구조가 복잡한 데다 내부에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보관돼 있어 소방당국은 진화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넓은 면적에 물건이 높이 쌓여 있고 층과 층 사이 통로가 좁은 물류센터 특유의 구조가 불길을 키우고 진압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불은 육 층 내부에서 처음 시작돼 외벽을 타고 칠 층까지 번졌다. 소방당국은 진화 작업과 동시에 불이 다른 층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특히 화재 지점 바로 아래인 오 층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물품 운반용 로봇 수백 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장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이 로봇들에 실린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형 배터리 스무 개 분량으로 파악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열폭주로 이어져 진압이 쉽지 않다. 로봇 수백 대가 몰려 있는 구역까지 불이 옮겨붙어 연소가 확대되면 건물 전체로 급격히 번질 수 있어, 소방당국은 건물 붕괴 위험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에 나섰다.
위험이 커지자 인근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다만 큰 불길이 잡히면서 어제 밤 열한 시를 기해 대피령은 해제됐다. 이에 따라 가까운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 머물던 주민 이백여 명도 차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대피령이 내려진 지 약 하루 만에 주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된 셈이다.
이번 화재는 오 년 전 발생했던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여러모로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건물 구조가 복잡하고 물건이 높이 쌓여 있는 데다 통로가 좁아 불을 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창문이 거의 없어 외부에서 진입하기 어렵고, 포장용 스티로폼 같은 가연성 물질이 함께 보관돼 있다는 점도 물류센터 화재를 키우는 공통된 위험 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이런 대형 물류센터가 전국에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물류창고는 약 육천 곳에 이르고, 올해에만 삼백팔십일 곳이 새로 등록됐다. 쿠팡은 앞서 이천이십이 년 미국 증시 공시를 통해 대형 물류총괄대행센터 서른 곳과 상대적으로 작은 배송 캠프 백여 곳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방청은 합동조사단을 꾸려 발화 원인과 피해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