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참정권 침해 논란이 사회 전반으로 번진 가운데, 장애인 유권자들이 투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많은 장애인들은 이번 일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겪어온 일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손이 자유롭지 않은 유권자 서기현 씨는 예전에는 입에 물고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표용구를 제공받았습니다. 손을 쓰기 어려운 사람도 스스로 투표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가 2년 전 위생 문제를 이유로 이 기표용구를 없애 버리면서, 서 씨는 이번 선거에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어야 했습니다. 스스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해주던 수단이 사라지면서 투표 자체가 막막해진 것입니다.
투표소의 물리적 환경도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벽으로 남아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 기표소는 너무 좁거나 너무 높아, 안에서 제대로 투표하기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 접근성 역시 개선이 더딥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공보물이 정작 선거가 끝난 뒤에야 배달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후보와 정책 정보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참정권 침해에 온 사회가 분노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매번 마주해 온 사각지대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한 표의 무게는 모두 똑같은 만큼, 누구나 동등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