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조사해 온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당초 스물두 명이던 수사 인력을 마흔한 명으로 대폭 늘려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왔다. 실무진에 머물던 수사의 칼끝은 이제 당시 지휘 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수사의 핵심 대상은 사건 당시 수사팀장이던 박 모 경감이다. 특별수사단은 박 경감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현장 수사를 지휘한 책임자가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수사의 출발점이 됐다.
특별수사단은 박 경감이 장윤기를 붙잡은 뒤 주거지와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성범죄 정황을 뒷받침할 리얼돌과 케이블 타이 등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나아가 케이블 타이를 채증한 영상을 삭제하도록 팀원들에게 지시한 정황도 조사됐다.
죄명이 뒤바뀐 경위도 도마에 올랐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가 범행 몇 달 전부터 피해 여고생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그의 오래된 휴대전화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팀도 초기에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만약 초기에 확인했다면 단순 살인이 아니라 강간 살인 혐의가 적용됐을 것이라는 게 특별수사단의 설명이다.
윗선의 개입 의혹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박 경감은 윗선에서 스토킹과 살인 사건을 연결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이 진술을 토대로 당시 수사를 지휘한 전 광산경찰서장과 전 형사과장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수사팀과 장윤기 측의 유착 의혹도 확인됐다. 특별수사단은 박 경감과 팀원들이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열두 차례 통화하며 수사상 비밀을 누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건 축소를 부탁했는지, 금전적 대가가 오갔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특별수사단은 수사팀이 강간 살인이 아닌 단순 살인 혐의를 적용한 과정에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여러 방향에서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검찰도 윗선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브리핑이 열린 광주경찰청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