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 경찰관을 차에 매단 채 달아난 운전자의 구속 여부가 일 년 반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신문을 마친 판사가 갑자기 현행 구속 심사 제도가 위헌이라며 영장 심사를 멈춰 세우면서, 신병 처리도 재판도 기약 없이 늦어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설 연휴 전북 전주에서 벌어졌습니다. 면허 취소 수준으로 술을 마신 오십 대 남성은 음주 단속을 하던 경찰관을 자신의 차에 매단 채 달아났고, 도주 과정에서 다른 차량까지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경찰관은 물론 인근에 있던 시민들까지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혐의는 단순한 음주운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운전자는 음주운전을 넘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까지 받게 됐습니다. 그는 피해 보상을 위한 합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구속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영장 심사의 결과가 일 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신문을 마친 전주지법 영장전담 재판부가 돌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기 때문입니다. 통상 며칠 안에 결론이 나는 구속 심사가 사실상 멈춰 선 것입니다.
재판부는 구속 심사와 관련한 형사소송법 조항이 법관의 권한을 극단적으로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습니다. 현행법상 법원은 구속 영장을 발부할지 기각할지만 선택할 수 있는데, 조건을 붙여 석방하는 방식처럼 기각과 인용 이외의 제삼의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였습니다.
다만 그 시점을 두고 뒷말이 나왔습니다. 심사를 맡은 영장전담판사는 일 년 동안 한 번도 구속 심사 제도를 문제 삼지 않다가, 인사이동을 이 주 앞두고 돌연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 년 넘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던 검찰은 결국 지난 사월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고, 이 사건은 이제 일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결국 수사기관의 신병 확보 노력도, 당사자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모두 흐지부지되어 버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