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상가 건물에 이른바 물폭탄 고지서가 날아들었습니다. 한 달 상수도 사용량이 1톤도 채 되지 않아 줄곧 기본요금만 나오던 건물인데, 바로 다음 달 갑자기 90톤을 썼다는 고지서가 도착한 겁니다. 평소 사용량과 견주면 단숨에 수십 배로 뛴 셈이어서 건물주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수치를 따져보면 의문은 더 커집니다. 90톤을 한 달 동안 썼다는 것은 매일 3톤가량의 물을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 건물의 지난 3월 상수도 사용량은 0톤으로 기록돼 있어, 갑작스러운 90톤이라는 숫자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문제는 건물 안에 물을 쓸 만한 시설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2층 상가 매장 안을 들여다보면 작은 수도꼭지 하나와 정수기 한 대가 물과 관련된 시설의 전부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매일 3톤씩 물이 빠져나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건물 측의 주장입니다.
건물 관리인은 건물 어디에서도 누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대신 그는 상수도 계량기 자체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해당 계량기는 법정 유효기간이 1년 반 정도 지난 상태로, 관리인은 오래된 계량기가 사용량을 잘못 측정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상하수도본부의 입장은 다릅니다. 문제의 계량기가 성능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요금 부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계량기가 정상으로 확인된 이상 측정된 사용량에 따른 요금 청구는 정당하다는 설명입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건물 관리인은 우선 가산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요금을 자진 납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부과 자체에는 동의하지 않아, 현재 전라북도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량기를 둘러싼 이번 분쟁이 어떻게 결론 날지 관심이 쏠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