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소득 격차가 아이들의 건강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소득이 넉넉하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은 값싸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초가공식품에 의존하기 쉽고,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칼로리만 겨우 채우면서 정작 몸에 필요한 영양은 부족해지기 십상이다. 특히 학교 급식이 멈추는 방학 때는 이런 영양 부족과 불균형이 한층 심각해진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루 한 끼 제대로 된 식사를 급식에 기대 온 아이들에게 방학은 오히려 결식의 시간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한 초등학교 사 학년 학생의 저녁은 편의점에서 시작된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이 학생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에 들러, 고민 끝에 삼각김밥 한 개를 집어 든다. 여기에 아침에 먹다 남긴 우유 하나가 더해지면 그것이 오늘 저녁 식사의 전부다. 한창 자라야 할 아이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끼니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단출한 밥상이지만, 마땅히 기댈 곳이 없는 형편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 학생의 평소 식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은 우유와 요거트, 삶은 달걀로 대충 때우고, 하루 가운데 제대로 된 한 끼라고 할 만한 것은 학교 급식뿐이다. 한 달에 십육만 원이 지원되는 급식 카드로는 세 끼를 챙기기도 빠듯해, 과일이나 고기 같은 음식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정해진 지원 안에서 하루하루 끼니를 이어가다 보니 균형 잡힌 식단은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다른 아이의 사정도 비슷하다. 아픈 홀어머니와 사는 한 중학교 이 학년 학생 역시 아침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급식 카드만으로는 필요한 끼니를 다 감당하기 어려워, 값이 싼 라면으로 한 끼를 대신할 때도 잦다. 가정의 형편이 그대로 식탁의 수준으로 이어지면서, 성장기 청소년이 챙겨야 할 균형 잡힌 식사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학생의 사정은 특별한 사례라기보다, 비슷한 형편에 놓인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한 단면에 가깝다.
취재진이 이 두 학생의 식단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본 결과는 우려스러웠다. 끼니마다 칼로리는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있지만, 정작 성장에 꼭 필요한 양질의 단백질과 채소 등은 크게 결핍돼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열량은 주로 조리에 쓰이는 양념 등에서 채워지는 반면, 몸을 이루고 자라게 하는 영양소는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는 부를지 몰라도 몸에 필요한 영양은 비어 있는 식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소득이 낮을수록 영양 섭취 부족률은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열두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 청소년의 영양 섭취 부족률은 이십칠 점 오 퍼센트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창 자라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오히려 영양을 가장 많이 놓치고 있다는 뜻이어서, 성장기의 결핍이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방학이 되면 이런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학교 급식이라는 그나마의 버팀목마저 사라지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하루 한 끼조차 제대로 챙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부모의 소득 차이가 자녀의 건강 격차로 굳어지지 않도록,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영양지원 체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학 기간에 생기는 돌봄과 식사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