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전 발생한 한 산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삼 년 전 칠월 십사일, 충남 논산의 한 추모원을 산사태가 덮치면서 두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토사는 산에 놓인 작업용 길인 임도 부근에서부터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임도가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이후 핵심 쟁점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 논쟁이 삼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불거진 것입니다.
문제의 임도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산사태 현장의 임도는 이천십칠 년 개설 당시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붕괴 방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준공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산비탈에 길을 내면서도 무너짐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사고의 배경을 짚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고 이후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산림청의 원인 조사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가 임도의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낸 의견이 의도적으로 누락된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사고 원인을 따지는 보고서에서 정작 임도라는 핵심 변수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빠졌다는 것으로, 조사의 공정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같은 산사태를 두고 다른 기관은 상반된 판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이 산사태가 임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한 사고를 놓고 기관마다 임도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임도가 실제로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로 다른 결론이 유족의 의문을 키운 셈입니다. 어느 기관의 판단을 따라야 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에 유족은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절차에 나섰습니다. 유족은 임도 건설과 산사태 원인 조사 과정에 관여한 산림청과 유관단체, 산림조합 담당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부실하게 지어진 임도와 그 영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조사가 결국 두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유족이 문제 삼은 지점이었습니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분명히 가려 달라는 것이 이번 고소의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결론은 유족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수사 아홉 달 만에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종결하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임도와 산사태의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임도가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경찰 단계에서는 명확한 인과관계로 이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유족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수사가 논란의 끝은 아닙니다. 임도가 산사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경찰은 억울함이 없도록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산림청은 앞으로 필요한 곳에만 임도를 설치하고 구조적 안정성과 환경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고의 책임과 재발 방지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