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의 명의를 이용해 이른바 대포 통장을 만든 뒤 투자 리딩 사기단 등 범죄 조직에 넘긴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은 돈을 받고 940여 개에 이르는 대포 통장을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포 통장을 유통한 총책 A씨 등 일당 48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유통한 대포 통장은 모두 947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사용한 수법의 핵심은 노숙인의 명의였다. 일당은 노숙인에게 접근해 500만 원을 주는 대가로 주민등록증 사본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한 명의를 도용해 실체가 없는 유령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포 통장은 이렇게 만든 법인을 통해 개설됐다. 이들은 노숙인 명의로 세운 법인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대포 통장을 만들어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를 이용하면서 추적을 더 어렵게 만든 셈이다.
만들어진 대포 통장은 범죄 조직에 임대됐다. 일당은 대포 통장 한 개당 한 달에 150만 원가량의 이용료를 받고, 투자 리딩 사기단과 보이스피싱 조직, 불법 도박 사이트 등에 통장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조직원을 서로 지인으로 구성하거나 가명을 사용했고, 경찰 조사에 대비해 허위 진술을 미리 교육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 통장은 보이스피싱과 투자 사기 등 범죄 조직이 자금을 주고받는 데 쓰이는 핵심 수단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노숙인의 명의가 도용돼 만들어진 통장들이 이런 조직으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검거한 48명을 상대로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