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한 고가의 와인을 몰래 빼돌려 브로커에게 넘겨주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의 뒷돈을 챙긴 세관 공무원들이 구속 기소됐습니다. 적발된 이들은 밀수를 비롯한 각종 범죄를 수사해야 할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이었지만, 오히려 그 신분을 이용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죄를 단속해야 할 사람들이 단속 대상이 돼야 할 일을 스스로 저지른 셈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범행의 표적이 된 것은 세관이 압류해 보관하던 고급 위스키와 와인이었습니다. 육 급 공무원이었던 세관 직원들은 진열용 가짜병, 이른바 더미 보틀을 이용했습니다. 창고에 보관된 진짜 술을 겉모습만 비슷한 빈 가짜병으로 몰래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값비싼 술을 빼돌리려 한 것입니다. 겉으로는 압수품이 그대로 보관돼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발각을 피하려 한 수법이었습니다.
이들이 세운 계획의 규모는 작지 않았습니다. 세관 직원들은 압류된 술 가운데 삼백칠십구 병을 빼돌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제로 처분해 줄 브로커에게 접근했습니다. 단순히 몇 병을 손대는 수준이 아니라, 대량의 압수품을 조직적으로 빼내 외부로 유통시키려 한 정황이 확인된 것입니다. 압수품 관리 권한을 가진 내부자와 외부 브로커가 손을 잡은 구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돈까지 미리 챙겼습니다. 세관 직원들은 담당 검사와 세관 창고장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브로커로부터 착수금 명목의 삼천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와 무관하게, 범행을 실행하기도 전에 브로커에게서 먼저 돈을 받아낸 것입니다. 공직자의 지위를 내세워 금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압수품에 손을 대기도 전에 이미 부당한 이득부터 챙긴 셈입니다.
빼돌리기뿐 아니라 제도를 악용한 또 다른 범행도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밀수 사건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대리 신고 제도를 악용했습니다. 허위 제보자를 만들어 마치 실제 밀수 사건을 제보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칠천오백만 원에 이르는 포상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죄를 적발한 공을 조작해 국가가 주는 돈까지 부정하게 타낸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밀수 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큽니다. 밀수를 단속하고 적발해야 할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오히려 그 수사 권한과 내부 정보를 자신들의 범행에 활용한 것입니다. 압수품이 어떻게 보관되고 관리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를 악용했다는 점에서, 내부 통제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들의 계획은 뜻밖의 지점에서 어긋났습니다. 사건을 지휘하던 검사가 밀수 사건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삼백육십삼 병을 압수 대상자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하면서, 대량으로 빼돌리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그러자 이들은 남은 열여섯 병만이라도 바꿔치기를 시도하겠다며 브로커에게 사천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고,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결국 수사망에 걸려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