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작 일자리는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장과 고용 사이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은 높이면서도 취업자 수 전망은 낮춘 것인데, 이 같은 괴리가 특히 노동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는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장의 온기가 고용으로, 특히 청년의 일자리로는 잘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 십사 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이 퍼센트에서 삼 퍼센트로 높였습니다.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우리 경제를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점에 취업자 수 전망은 십육만 명에서 십오만 명으로 오히려 낮춰 잡았습니다. 경제 규모는 커져도 그만큼 일자리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다소 엇갈린 전망이 함께 제시된 셈입니다.
성장과 고용의 이런 괴리는 청년층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지난 오월 기준으로, 학교를 졸업하고도 일 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만 이십구 세 이하 청년의 비율은 사십팔 점 육 퍼센트에 이르렀습니다. 졸업한 청년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장기간 미취업 상태에 놓여 있다는 뜻으로, 첫 일자리를 얻는 것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노동시장 진입의 문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입니다.
통계 당국은 이런 흐름의 원인으로 경력직 선호와 수시 채용 확대를 꼽았습니다. 기업들이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고, 정기 공채 대신 필요할 때마다 사람을 뽑는 방식이 늘면서,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첫발을 내딛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신입에게 기회를 주던 통로가 좁아지면서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확산이 청년 고용에 미친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연구를 보면, 인공지능 활용도가 높은 직종일수록 오히려 청년층의 신규 진입이 줄어드는 흐름이 확인됩니다. 청년들이 많이 진출하던 AI 고노출 직종의 첫 취업 비중은 이천십육 년 사십 점 팔 퍼센트에서 이천이십삼 년 이십삼 점 삼 퍼센트로 크게 줄었습니다. 인공지능이 파고든 분야일수록 청년에게 열리던 문이 좁아진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 시점과 맞물립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AI 고노출 직종의 청년 신규 진입이 다른 직종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이천이십이 년 사 분기 이후에는 그 감소세가 훨씬 가팔라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시기와 청년 진입이 급격히 줄어든 시기가 겹치는 것으로, AI가 청년 일자리 구조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성장의 과실이 청년의 첫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입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정작 그 인공지능이 청년의 신규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성장과 고용, 그리고 기술 변화가 청년 세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면밀히 살피고, 청년이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