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서울 압구정의 한양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은 한 세대에서 시작됐고, 주민 이십여 명이 놀라 건물 밖으로 몸을 피했다. 다행히 불길은 비교적 빠르게 잡혔지만, 이른 시간 주거가 밀집한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에 주민들은 크게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이 지목한 발화 지점은 뜻밖에도 집 안에서 쓰던 가전제품이었다. 화재가 난 세대에 사는 주민은 현장에서 안방에 놓아둔 로봇 청소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 같다고 밝혔다. 평소 집안일을 돕던 작은 가전제품이 순식간에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주민들은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상황은 단순한 발화를 넘어 폭발에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세대 주민은 안방에 두었던 로봇 청소기가 폭발했고, 바로 그 위치에서 가장 큰 폭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들 가운데는 폭음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큰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날아올 것 같은 느낌에 급히 자리를 피했다고 전했다.
폭발의 위력은 현장에도 고스란히 남았다. 불이 난 세대의 창문은 완전히 뜯겨져 나갔고, 바닥에는 부서진 잔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창문이 통째로 떨어져 나갈 정도의 충격은 이번 화재가 단순한 불씨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상당한 폭발을 동반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문제의 로봇 청소기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으로 확인됐다. 유명 중국 브랜드의 제품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열을 통제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이런 종류의 화재에서 자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가전제품 속 배터리가 언제든 화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다.
소방당국의 대응으로 불은 비교적 빠르게 정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가 진화에 나섰고, 불은 한 시간 반 만에 완전히 꺼졌다. 큰 인명 피해로 번지지 않고 마무리됐지만, 폭발과 함께 시작된 화재였던 만큼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화재에서는 오래된 건물의 안전 설비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한양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이전인 천구백칠십팔 년에 지어져, 불이 난 세대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노후 아파트의 경우 초기 진화를 도울 기본적인 소방 설비조차 갖춰지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