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고등학교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부실하게 관리해 온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진로와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감사 결과, 수십 명의 학생부에 똑같은 문구가 그대로 재활용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학생마다 다른 특성과 활동이 담겨야 할 기록에 동일한 표현이 반복되면서, 기록의 신뢰성 자체가 의심받게 된 것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서울시 교육청의 관리 부실이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가장 많은 강남 서초와 강서 양천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사안을 표본으로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는 심각했습니다. 표본으로 살펴본 학폭 사안 백오십오 건 가운데 구십 퍼센트가 넘는 백사십삼 건에서 학교폭력 상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상담이 이뤄졌더라도 그 내용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정작 학교폭력 여부와 징계 수위 등을 판단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는 상담 기록이 제출되지 못했습니다. 상담 기록 자체를 어떻게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기록이 사라지면서 피해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한 학생은 가족을 비하하는 등 오십 회가 넘는 언어폭력을 겪고 이를 호소했지만, 이를 담은 상담 기록이 사라지면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감사원은 서울시 교육청에 학교폭력 상담 내용을 기록하고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또 학생부에 똑같은 문구를 중복 기재한 교사들에 대해서도 사안의 경중에 따라 조치하고, 앞으로 지켜야 할 세부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