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극한 폭염 속에 에어컨 실외기에서 시작된 불이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한 아파트의 십일 층 에어컨 실외기실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 불로 주민 사십여 명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무더위로 냉방기기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에 벌어진 일이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불이 난 시각은 오늘 오전 아홉 시 반쯤이었습니다. 아파트 십일 층 실외기실에서 시작된 불길은 건물 외벽을 타고 위로 치솟았습니다. 환기창 주변 외벽이 시커멓게 그을렸고, 창살 사이로는 검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습니다. 다행히 소방 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불은 약 삼십 분 만에 꺼졌고,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층부 외벽을 타고 번진 불길과 짙은 연기에 놀란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대피 소동 속에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소방 당국은 이번 화재가 실외기와 관련된 전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무더위로 실외기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상황에서 전기적 결함이 불씨가 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실외기실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나면 외벽을 타고 빠르게 번질 수 있어 초기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름철에는 실외기가 장시간 무리하게 가동되는 만큼, 사소한 전기적 이상이 큰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됩니다.
이 같은 실외기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이십구 일 새벽 다섯 시쯤에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건물 외부에 있던 실외기에서 불이 시작됐습니다. 당시에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실외기 다섯 대가 모두 타면서 팔백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폭염이 이어질수록 이런 실외기 관련 화재가 도심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불이 난 시간대와 장소는 달랐지만, 무더위 속에서 실외기가 원인으로 지목됐다는 공통점이 있어 계절적 위험 요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전국을 덮친 극한 더위로 에어컨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실외기 화재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소방 통계를 보면 최근 오 년 동안 발생한 냉방기기 화재는 이천백여 건에 이릅니다. 특히 재작년에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안전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기록적인 더위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만큼 냉방기기 화재도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 피해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같은 기간 냉방기기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백육십여 명에 이르고, 재산 피해는 백사십일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이런 화재의 육십 퍼센트 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가구가 밀집해 사는 공동주택의 특성상 한 곳에서 시작된 불이 대규모 대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화재 원인을 분석해 보면 전기적 요인이 팔십 퍼센트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외기에 먼지가 쌓이거나 통풍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기 내부에 열이 축적돼 화재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소방 당국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실외기 주변을 깨끗이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화재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며, 폭염철 안전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