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서울 곳곳에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오늘 새벽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 뒷산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쏟아진 흙과 바위가 아파트 옆에 주차돼 있던 차량 두 대를 그대로 덮쳤습니다. 산에는 움푹 패인 산사태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고, 주차장에는 육중한 돌더미가 어지럽게 흩어졌습니다.
사고는 오늘 새벽 여섯 시쯤 발생했습니다. 서대문구에는 밤사이 팔십육 점 오 밀리미터에 이르는 많은 비가 내린 상태였습니다. 일부 주민은 산이 무너지기 직전 벼락이 쳤다는 신고를 하기도 해, 집중호우와 함께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산 밑에는 옹벽이 설치돼 있었지만, 무너진 지점의 오른쪽에는 옥외 주차장이, 왼쪽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습니다. 시간대가 조금만 달랐거나 위치가 조금만 어긋났더라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습니다.
무너진 아파트 뒷산은 거의 구십 도에 가까운 가파른 급경사지입니다. 지자체는 이곳을 급경사지 위험구역 가운데 비 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해 왔고, 한 해에 두 차례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대상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미 위험성이 파악돼 있던 곳이었던 셈입니다.
문제는 예고된 위험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구청은 올해 삼월 언젠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며, 낙석을 막을 수 있는 그물망인 압착망을 오는 오월 이십구일까지 설치하라고 아파트 측에 권고했습니다. 유월에도 구청은 이곳을 한 차례 더 점검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고가 났을 때 해당 경사지에 압착망은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위험을 알리는 권고와 반복된 점검에도 실질적인 방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현장을 살펴본 전문가는 나무 뿌리 때문에 낙석 위험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아파트 측은 압착망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고로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위험구역으로 지정되고 설치 권고까지 내려진 경사지가 무방비로 방치되면서 피해가 났다는 점에서 안전 관리 부실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