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놓고 일심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성태 전 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일심이 내린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때 재판 자체가 각하됐던 이 혐의는 다시 법정에서 본격적인 심리를 받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쌍방울그룹이 북한으로 보낸 거액의 송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은 그룹이 북측에 건넨 팔백만 달러 규모의 대북 송금과 관련한 항소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송금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사건 전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의 시각은 분명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북 송금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제삼자 뇌물이라고 보고, 김 전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단순한 외환 거래가 아니라, 고위 공직자를 겨냥한 뇌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검찰이 세운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일심 재판부의 결론은 검찰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과 뇌물공여 혐의가 이른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봤습니다. 즉 사실상 하나의 행위를 두고 두 번 기소한 이중 기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일심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과 뇌물공여죄는 애초에 입법 목적이 다르며, 범죄의 구성 요건과 보호하려는 법익 역시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두 사안은 같은 공소로 묶을 수 없는 별개의 공소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두 죄의 관계를 다시 규정했습니다. 양 죄는 상상적 경합이 아니라 실체적 경합 관계라는 것입니다. 설령 하나의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외환 보유고의 안전성과 공무원의 청렴성을 각각 해친다면 이는 서로 구별되는 별개의 범죄로 성립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 부분은 파기환송돼 다시 심리를 받게 됐습니다. 한때 재판대에서 내려졌던 혐의가 다시 본안 판단의 대상으로 올라오게 된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제삼자 뇌물 의혹이 하급심에서 재차 다뤄지게 되면서, 앞으로 이어질 재판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