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오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열두 명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투표용지가 모자라 일부 유권자들이 제때 투표하지 못한 사태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선관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수사본부는 우선 선거 당일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면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일부 투표소에서는 최대 백오 분 동안 투표가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이 한 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투표를 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던 셈으로, 이는 참정권 행사에 직접적인 차질이 빚어졌음을 보여준다. 수사본부는 이런 상황이 왜 발생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는 단순히 현장 상황을 넘어 선관위 내부로 향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태가 단순한 실무상의 착오인지, 아니면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선관위가 사태 전후로 어떤 판단과 조치를 내렸는지가 수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와는 별도로, 감사 차원의 절차도 함께 시작된다. 김호철 감사원장은 투표용지 부족 등 참정권 침해 사태가 벌어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다음 달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즉, 검경의 강제수사와 더불어 감사원의 감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선관위는 이제 수사기관과 감사기관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들여다보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감사원의 감사는 그 규모부터 작지 않을 전망이다. 감사원은 서른 명가량의 감사관을 투입해 자료 수집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다. 적지 않은 인력이 동원되는 만큼, 이번 감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경위뿐 아니라 선관위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까지 폭넓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규모 감사 인력의 투입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감사원의 무게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를 향한 시선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그간 선관위의 예산 집행 등을 둘러싼 의심의 눈초리도 이어져 온 가운데, 선관위의 내부 감시 체계를 더 이상 성역처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참정권 침해 사태가 검경 수사와 감사원 감사라는 두 갈래의 절차로 이어지면서, 선관위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규명받게 될지가 향후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