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일심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이 년과 추징금 천삼백구십육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실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명 씨가 제공한 이억 칠천만 원 상당, 총 오십팔 차례의 여론조사 가운데 이천이십일년 유월부터 시월까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열네 차례가 정치자금법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표본이 조작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를 이끌기 위한 여론조사 무상 제공을 두고 세 사람 사이에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여론조사를 제공한 명태균 씨에게도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재판부는 명 씨에게 징역 일 년 육 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쪽과 이를 받은 쪽 모두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두 사람을 둘러싼 의혹은 법원의 유죄 판단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앞서 특검은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사 년을, 명 씨에게는 징역 삼 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이번 일심 선고 형량은 특검이 구형한 형량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지만, 전직 대통령에게 실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사건은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일련의 의혹 가운데 하나로, 윤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 시절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고 당선된 뒤 그 대가로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습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를 받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주목되는 대목은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김 씨는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앞서 일심과 이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 재판부는 김 씨가 정치자금법상 정치 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공범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존 판결과는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가 제시됐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윤 전 대통령의 태도 역시 문제 삼았습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선거 과정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정치 컨설팅과 여론 분석이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일심 선고가 나온 만큼, 이후 절차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실형이 선고된 윤 전 대통령과 명 씨 측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 사건은 상급심에서 다시 다뤄지게 됩니다.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선고가 앞으로의 법적 공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