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1로 충격패를 당했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이 확정되는 경기였지만, 대표팀은 졸전 끝에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결과로 한국은 조 3위로 밀려났고, 32강행을 위해서는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 다른 조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력으로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할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셈이어서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과감한 선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득점이 없었던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벤치에 앉히는 대신, 오현규를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웠다. 그리고 황희찬과 이강인을 2선에 배치하는 공격적인 구상을 들고 나왔다. 팀의 주축 공격수를 벤치에 두는 강수였던 만큼, 이 같은 선택이 경기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반부터 관심을 모았고, 감독의 승부수가 통할지 여부에 시선이 쏠렸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대표팀이 쥐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골문을 겨냥한 김민재의 헤더가 상대 수비의 몸에 맞고 나왔고, 이어진 슈팅도 아깝게 골대를 빗나갔다. 득점이 멀지 않아 보이는 장면들이 잇따라 연출됐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따라주지 않으면서 좀처럼 균형을 깨지 못했다. 흐름을 쥐고도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은 경기 내내,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흐름은 점차 남아공 쪽으로 넘어갔다. 빠른 역습을 앞세운 남아공의 반격에 대표팀의 수비는 크게 흔들렸다. 위기의 순간에는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이 빛났고, 그 덕분에 대표팀은 가까스로 실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양 팀 모두 골문을 열지 못한 가운데 전반은 0대0으로 마무리됐고, 승부의 균형은 그대로 후반으로 넘어가게 됐다. 후반의 운영이 경기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자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분위기를 바꾸려던 시도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후반 18분, 대표팀은 상대에게 일격을 허용하며 마세코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가장 피하고 싶었던 실점이 현실이 되면서, 대표팀은 반드시 만회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고,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다급해진 홍명보 감독은 조규성까지 투입해 공중전을 노렸지만, 이미 뒷문을 굳게 닫은 상대의 밀집 수비를 끝내 뚫어내지 못했다. 같은 시각 멕시코가 상대를 완파하면서 한때 조 2위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대표팀은 졸전 끝에 남아공에 2위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내려앉았다. 결국 32강 진출 여부는 자력이 아닌 다른 조의 결과에 기대야 하는 처지가 됐고, 대표팀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베이스 캠프로 향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