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감자와 양파, 마늘, 고구마처럼 땅속에서 자라는 밭작물을 수확부터 선별, 적재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자동화 기계를 공개했다. 시연에서 기계가 밭을 지나가자 감자가 줄줄이 딸려 올라왔고, 흙과 돌은 걸러진 채 온전한 감자만 차곡차곡 담겼다. 해마다 심해지는 농촌 일손 부족을 덜어 줄 장비로, 현장을 찾은 농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난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감자와 마늘, 양파 같은 밭작물 수확 현장의 기계화는 여전히 더디게 진행돼 왔다.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농업 기계화율은 구십구 퍼센트에 이르지만, 밭농사 기계화율은 육십 퍼센트대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밭작물은 수확 과정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특히 감자는 국내 재배 면적이 이만 이천 헥타르에 달할 만큼 대표적인 밭작물이지만, 수확에 가장 많은 노동력이 드는 작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밭을 갈고 심는 일부터 캐내는 일까지 이어지는 전체 농작업 시간 가운데 수확 단계에만 삼분의 일가량이 집중될 정도로, 사람 손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그래서 수확기 자동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 공개된 밭작물 수확 기계는 이런 부담을 크게 덜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일 헥타르 규모의 감자밭을 수확하는 데 스무 명 안팎의 인력이 필요했지만, 새 기계를 이용하면 운전자와 보조 인력 단 두 명만으로도 같은 작업이 가능하다. 농촌진흥청은 이 경우 감자 수확에 드는 노동력을 최대 구십 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은 감자 재배의 전 과정을 기계화할 경우 얻는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밭을 갈고 씨감자를 심는 일부터 수확과 선별에 이르기까지 기계를 도입하면 농작업에 드는 시간을 육십칠 퍼센트가량 단축할 수 있고, 경영비도 절반 가까이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수확 단계에 집중되던 일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는 점이 농가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번에 공개된 장비들은 감자뿐 아니라 양파와 마늘, 고구마 등 여러 땅속 작물의 수확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논농사에 비해 유독 뒤처져 있던 밭농사 기계화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실제 시연을 지켜본 농민들도 현장에서의 성능과 활용 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다만 흙 속 작물을 상처 없이 골라내는 정밀도를 한층 높이는 일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작업 중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와 감시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선보인 장비들을 현장 평가를 거쳐 보완한 뒤, 밭농업 기계 보급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