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원 동해안의 바다 사정은 어종에 따라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체 어획량은 지난해보다 늘어 겉으로는 풍어처럼 보이지만, 동해안을 대표하는 어종인 오징어만큼은 좀처럼 그물에 잡히지 않으면서 점점 더 귀한 몸이 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 지역 밥상과 어민들의 살림을 책임져 온 오징어의 부재는 단순한 조업 부진을 넘어 바다의 변화를 보여 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강원도 해양수산국에 따르면 지난 18일을 기준으로 올해 도내 누적 어획량은 2만 4천여 톤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 늘어난 수치로, 전체 잡히는 양만 보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형편이 나아진 셈입니다. 그러나 이 늘어난 어획량의 속을 들여다보면, 특정 어종에 집중된 증가라는 점에서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통계입니다.
실제로 늘어난 어종은 따로 있습니다. 청어와 방어는 1년 전보다 어획량이 60% 이상 늘었고, 붉은 대게와 복어도 예년보다 많이 잡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찬 바다를 상징하던 어종과 비교적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어종이 뒤섞여 잡히는 모습은, 동해안의 어장 지도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어민들에게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징어의 성적표는 초라합니다. 올해 오징어 어획량은 700여 톤에 그쳐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한때 동해안 어디서나 흔하게 올라오던 오징어가 이렇게까지 줄어든 것은 어민들에게도 낯선 풍경으로, 대표 어종이 사실상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상황을 숫자가 그대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이 같은 오징어 급감의 배경으로 동해의 가파른 수온 상승을 지목했습니다. 바닷물이 예년보다 빠르게 데워지면서 오징어가 머물던 바다 환경 자체가 달라졌고, 그 결과 예전처럼 강원 앞바다로 오징어가 몰려들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어획량의 등락이 조업 기술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바다의 온도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설명입니다.
오징어 어장은 동해 북부의 찬물과 남부 해역의 따뜻한 물이 만나는 경계 부근에서 주로 형성됩니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이 경계가 점차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면서, 오징어가 형성하던 어장 자체가 강원 앞바다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바다의 온도 지형이 바뀌자 물고기가 모이는 자리도 함께 이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변화는 실측 수온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조사 기간 동안 동해안 연안의 수온은 23도에서 27도 정도로, 평년보다 1도에서 5도가량 높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전체 어획량 증가라는 통계 뒤편에서 오징어라는 대표 어종이 빠르게 자리를 비우고 있는 만큼, 동해안의 수온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지역 수산업의 어종 지형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