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업계가 처음으로 실제 수출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을 북극항로에 띄웠다. 부산을 출발해 북극해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사십오 일간의 대장정으로, 얼음 바다를 가로지르는 이 뱃길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직접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시험용이 아닌 진짜 수출 화물을 싣고 북극항로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이번 항해의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시범 운항에 나선 선박은 팬스타그룹의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다. 배에는 중고차와 자동차 부품 등 실제 수출 화물 칠백삼십칠 TEU와 빈 컨테이너 백 개가 실렸다. 상징적인 시범 항해에 그치지 않고, 실제 물동량을 실은 채 상업 운항에 준하는 조건에서 북극 바닷길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에서 유럽까지의 거리를 약 삼십오 퍼센트가량 줄일 수 있다. 뱃길이 짧아지는 만큼 운항 시간과 연료 소모를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가 이번 실증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이다. 거리 단축이 곧바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상업성 판단의 관건이 된다.
다만 이번 항해의 최대 변수는 예측하기 어려운 북극해의 얼음과 기상이다. 선장과 항해사들은 극지 운항 전문 교육을 이수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항해 중에는 얼음의 분포와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그때그때 안전한 항로를 결정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번 운항에서 소요 시간과 연료 소모량, 운항 비용 등을 면밀히 분석해 북극항로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단순한 상징적 항해가 아니라 실제 운항 데이터를 확보해, 향후 정기 운항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판단할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개항 백오십 년을 맞은 부산항은 이번 북극항로 시범 운항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실제 수출 화물을 실은 국적 컨테이너선이 북극 바닷길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물류 축의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마침내 얼음 바다를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사십오 일간의 항해가 무사히 마무리되고 경제성까지 입증된다면, 북극항로는 한국 수출 화물이 유럽으로 향하는 새로운 정기 뱃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