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고가 법인주택을 처음으로 전수 점검한 결과, 상당수가 회사 소유 명의로만 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쓰는 이른바 '황제 사택'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점검 대상 법인주택 열 채 가운데 네 채가 넘는 물량이 이런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국민주택 규모를 넘고 공시가격이 구억 원을 초과해 종합부동산세가 매겨지는 고가 법인주택 이천육백삼십구 채였다. 이 가운데 천구십칠 채, 비율로는 사십이 퍼센트가 사주 일가의 거주나 사적 사용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들 법인주택의 공시가격은 평균 이십억 원을 넘었다. 공시가격 삼십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사백오십삼 채였고, 백억 원이 넘는 집도 열두 채에 달했으며, 가장 비싼 주택의 공시가격은 이백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과 강남 등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초호화 아파트 단지가 다수 포함됐다.
법인 명의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했다. 회사 자금으로 고가 주택을 사들여 사주가 사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다주택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하던 고가 주택을 아예 법인으로 넘긴 경우도 확인됐다. 이런 행태는 연 매출 수십억 원대 중소기업부터 수십조 원대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났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현행 세법상 출자 임원과 그 친족이 사용하는 사택의 이익과 유지비가 과세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별다른 대가 없이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쓰는 변칙 무상 거주가 업계 일부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혐의가 확인된 법인에 대해서는 주택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성실 납세 여부 전반을 들여다보는 통합 세무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나아가 유학 중인 회장 자녀의 해외 사택이나 유학비 지원처럼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까지 검증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치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민간 부문의 뿌리 깊은 부패 청산 기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돈으로 초호화 주택을 사적으로 누려온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고가 법인주택을 둘러싼 세무 검증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