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마시는 술의 양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이 최근 이십칠 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술을 대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맥주와 소주, 막걸리 등 대중적인 술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이백구십팔만 칠천 킬로리터로 집계됐다. 연간 출고량이 삼백만 킬로리터 아래로 내려간 것은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던 천구백구십팔 년 이후 처음으로, 무려 이십칠 년 만에 나타난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최근의 감소세가 이례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술의 종류별로 봐도 감소 흐름은 뚜렷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맥주와 소주의 출고량은 삼 년 연속으로 줄었고, 막걸리의 경우 무려 오 년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주종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주요 술 전반에서 소비가 꾸준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술을 마시는 횟수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이천이십오 년 주류 산업정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류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팔 점 팔 일로 나타났다. 이는 이천이십삼 년의 월평균 구 일과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한 달 동안 술자리를 갖는 날이 점차 줄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번 술자리에서 마시는 양도 감소했다. 회당 음주량은 이천이십오 년 기준 육 점 육 잔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술을 마시는 날도, 한자리에서 비우는 잔의 수도 함께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음주량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추세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는 우선 술자리 문화 자체의 변화가 꼽힌다.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여럿이 모여 마시기보다 혼자 가볍게 즐기는 이른바 혼술 문화가 자리 잡는 등, 술을 마시는 방식과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과거처럼 오래 이어지는 술자리가 줄어든 점도 소비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건강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된 점도 큰 몫을 했다. 술을 절제하고 몸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회식 자리에서도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는 분위기가 퍼진 것이 음주량 감소를 뒷받침했다는 설명이다. 취하기 위해 마시기보다 적당히 즐기는 쪽으로 음주 문화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