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로 이름을 알린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33)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 의혹에 휩싸였다. 논란은 지난 7일 방송된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하영이 자신의 집안이 4대째 의사 가업을 잇고 있으며 증조부가 고종을 진료했다고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발언 속 인물이 대한제국 말기부터 활동한 의사 안상호라는 분석이 잇따랐고,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빠르게 확산됐다.
안상호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의사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일본에서 서양의학을 공부한 뒤 서울에서 서양식 병원을 처음으로 운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정식 궁내 관직이 아니라 촉탁 형태로 고종을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서양의술 도입과 발전에 공로가 있는 인물로 평가받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의 다른 행적이 함께 재조명됐다.
핵심 쟁점은 안상호가 1916년 결성된 친일 단체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대정실업친목회를 1916년 서울에서 조직된 친일 단체로 규정하고, 일제가 조선 민중을 무단통치에 순응시키고 이른바 일선융화를 선전하는 데 활용한 조직으로 설명한다. 당시 평의원 명단에는 이완용, 송병준 등 대표적 친일 인사들도 함께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인터뷰도 도마에 올랐다. 안상호는 이 인터뷰에서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고 조선옷은 한 벌도 없으며 매운 음식은 조금도 먹지 못한다고 밝히는 등 이른바 내선일체의 모범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자녀들까지 일본식으로 양육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어, 100여 년 전 기록이 잇따라 소환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안상호는 1919년 1월 고종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일본인 의사와 함께 진료에 참여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어, 일각에서는 이른바 독살설과 연결짓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다만 이 독살설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실은 아니다. 또한 안상호는 정부가 공식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이나 민족문제연구소가 2008년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아, 그를 섣불리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당초 온라인에서 제기된 친일 행적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관련 기록이 잇따라 확인되자 11일 입장을 뒤집고, 증조부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하영이 출연한 한 의료 브랜드 광고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번 논란은 광복절을 앞둔 시점과 맞물리며 한층 예민하게 번졌다. 가족 측은 증조부가 항일운동의 최전선에 있던 의친왕을 보필한 인물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알려진 유학·활동 시기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조부가 1949년부터 소록도에서 근무한 이력을 둘러싼 별도의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조상의 가족사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