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합의 없이 신임 대법관을 서면으로 임명 제청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통상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만나 합의한 뒤 서면 제청 절차를 밟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이 만나 합의할 기회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 제청이라는 방식이 택해졌다.
대법원 측은 두 사람이 만나 합의한 이후에 서면으로 제청서를 보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합의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차의 형식보다 제청 자체를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이 앞선 셈이다.
이번에 제청 대상에 오른 인물은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판사다. 새 대법관 후보로 이들의 이름이 오르면서, 제청의 내용뿐 아니라 그 과정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청와대 측은 이 같은 의사를 전달받고 오히려 합의도 없이 제청을 진행하는 것이 괜찮은지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지는 제청에 대해 청와대가 부적절하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 측은 제청을 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오후에 대법관 후보 명단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대법원 측은 이번 제청 과정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사례도 소환됐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후보자 제청을 하기도 전에 임명 보류 검토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었지만, 당시 대법원은 관례에 따라 대법관 제청 절차를 그대로 밟았다. 이번 사안은 그와 달리 합의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점에서 논란의 성격이 다르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사법 농단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민석 당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침묵하고 있는 법관들을 향한 경고성 발언도 이어졌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탄핵을 추진했다가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직은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사법부의 대응과 여론의 흐름에 따라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이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