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오천억 원이 넘는 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을 전문적으로 세탁해 온 이른바 MZ 조폭 자금세탁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은 여러 지역에 흩어진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면서 대포 통장으로 범죄 수익을 세탁한 뒤 암호화폐로 바꿔 받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꾸려진 이번 조직은 조직적이고 치밀한 수법으로 막대한 규모의 불법 자금을 처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확보한 이들의 사무실에는 범죄에 사용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대포 통장 개설과 자금 이체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와 OTP 기계, 그리고 다수의 신분증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무실 한쪽에 놓인 금고 안에는 오만 원권 지폐 뭉치가 가득 들어 있어, 이 공간이 범죄 수익을 전문적으로 세탁해 온 자금세탁 조직의 거점이었음을 보여줬다.
이들의 자금세탁 수법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자금의 흐름을 지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먼저 범죄 수익을 대포 통장으로 입금받은 뒤, 이를 여러 계좌에 반복적으로 이체하며 돈의 출처를 흐렸다. 그런 다음 외국 거래소에서 이 자금을 암호화폐로 바꿔 의뢰자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을 썼는데, 국내 계좌 추적만으로는 자금의 최종 행선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조직의 실체는 특정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의 거래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대구 등에 거점을 둔 이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의 의뢰를 받아 천육십억 원에 이르는 범죄 수익을 세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 통장을 통한 반복 이체와 암호화폐 환전이라는 동일한 수법이 이 과정에서도 그대로 사용됐으며, 이는 조직이 다뤄 온 전체 오천억 원대 자금의 일부에 해당한다.
조직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철저히 분산된 형태로 운영됐다. 이른바 MZ 조폭으로 불리는 구성원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오직 텔레그램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면서 한 명이 붙잡히더라도 조직 전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갖췄고, 이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범죄 조직의 전형적인 운영 방식으로 지적된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자금세탁의 핵심 인물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두 개 조직의 총책을 포함한 열두 명을 구속 송치하고, 일곱 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아울러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받고 자신의 통장 등을 조직에 팔아넘긴 백육십 명도 불구속 입건했는데, 이는 대포 통장 유통이 대규모 자금세탁 범죄의 토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