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저평가받아 온 한국 주식,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고 있다. 상법 개정까지 더해진 이 개혁의 내용과 시장의 반응을 짚어 본다.
한국 기업들은 벌어들이는 이익이나 보유한 자산에 비해, 주식 가치가 유독 낮게 평가받는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 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러 왔다. 그런데 최근 이 고질적인 저평가를 해소하려는 정부 주도의 개혁, 밸류업 프로그램이 뚜렷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한국 증시의 체질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기대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무엇인가
먼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무엇인지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실적을 내는 해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 원인으로는 흔히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인색하다는 점, 그리고 지배주주 일가 중심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함께 꼽혀 왔다. 이는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등장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해 등장한 것이 바로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2024년 2월에 시작된 이 정부 주도 정책은, 상장 기업들이 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주주에게 돌려주는 몫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목표는 분명하다. 기업 스스로 가치를 끌어올리게 함으로써, 그동안 시장을 짓눌러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랜 굴레를 벗겨 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고 자기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며, 경영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장려한다. 이러한 노력을 잘 실천하는 기업들을 따로 모아 만든 밸류업 지수도 도입되었다. 단순한 권고에 그치지 않고, 시장이 우량 기업을 한눈에 알아보고 투자로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장치를 함께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법으로 뒷받침된 개혁

밸류업이 단순한 구호에 머물지 않은 것은 법적 뒷받침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상법을 개정해, 회사의 이사가 지배주주 일가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에 대해 신의성실의 의무, 즉 충실 의무를 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크게 강화한 상징적인 변화로, 오랜 관행에 제동을 건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이 개정이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의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기업의 주요 결정이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에 치우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일반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 이사가 모든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원칙이 법으로 명시되면서, 기울어져 있던 운동장을 바로잡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조치도 더해졌다.
당근과 채찍
개혁은 격려와 압박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2월 법인세법을 손질해,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이 관련 세제 혜택을 계속 받으려면 밸류업 계획을 공개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좋은 실천에는 세금 혜택이라는 당근을 주되, 그 혜택을 유지하려면 투명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채찍을 함께 둔 것이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려는 설계다.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는 기준도 꽤 까다롭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일 것, 최근 2년간 손실 없이 이익을 낼 것,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꾸준히 주주에게 환원할 것, 주가순자산비율이 상위 50퍼센트에 들 것, 그리고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을 것 등의 조건이 적용된다. 이 기준을 통과한 코스피 67개, 코스닥 33개 기업이 지수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의 반응
그렇다면 시장은 이 개혁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성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9월 출범한 밸류업 지수는 2026년 초까지 130퍼센트를 훌쩍 넘게 상승했다. 나아가 대표 지수인 코스피 역시 2026년 2월 사상 처음으로 5,500선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오랜 저평가의 그늘에서 벗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물론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개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모든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가 자리 잡고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주식 시장은 언제든 출렁일 수 있는 만큼, 지금의 상승세를 개혁의 완성으로 성급하게 단정하기보다는 꾸준한 실천이 뒤따르는지를 살피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이번 개혁이 지니는 더 큰 의미는 경제 전체의 신뢰와 맞닿아 있다. 주주를 존중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믿고 자금을 맡길 수 있는 토대가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본 시장은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돈을 원활히 조달하도록 돕고, 이는 다시 일자리와 투자로 이어진다. 밸류업은 결국 시장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시도인 셈이다.
개미들에게 주는 의미
이러한 변화는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주주에게 돌아오는 실질적인 몫이 커진다는 뜻이며, 소액주주의 권리 역시 이전보다 두텁게 보호받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마다 개혁의 속도와 진정성이 다른 만큼, 투자자 스스로 기업의 실체를 꼼꼼히 살피는 눈 밝은 자세는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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