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조원 순매도에도 2년 만의 최저 환율, 개인 자금의 미국행 가속화
10월 12일, 서울 외환시장의 장중 저점은 1,332.0원까지 찍혔다. 이는 2024년 10월 4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날 코스피는 241.69포인트, 즉 3.65%나 급락하며 6,384.24에 마감했다. 지수가 이렇게 무너졌는데도 원화 가치가 오히려 오르는, 한국 증시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주식시장 밖으로 흐르는 개인의 돈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7월부터 9월까지 개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 5,902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9월에는 14조 1,970억원을 팔아치우며 급격한 이탈이 일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서는 76억 3,224만 달러, 약 10조 1,46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반기만 해도 국내 시장 순매수액은 99조 1,737억원으로, 미국 증시 매수액의 약 8배에 달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이 비율이 완전히 뒤집혔다. 코스피가 6월 22일 사상 최고치 9,114.55 이후 7,000선 아래로 내려간 사이, 미국 주요 지수는 AI 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삼성증권 김종민 수석연구위원은 '고금리 상황을 견뎌낼 고성장 산업, 즉 AI 밸류체인으로만 자금이 이동 중'이라고 진단했다. 신흥 시장 대비 선진 시장 우세, 한국 대비 대만 우세라는 복합적 요인이 겹치며 자산의 쏠림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단순히 국내 증시에 실망해서가 아니라, 원화 강세라는 유리한 환율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달러 매도 압력
이날 환율 하락의 핵심 동력은 수출업체,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네고 물량이었다. KB국민은행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있지만 달러 환전 수요가 크게 나오지 않고, 여전히 수출 기업 네고 물량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원화를 아직 들고 있을 가능성, 또는 달러 강세 기대가 강하지 않은 점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원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7.7% 상승했다. 상반기에는 주요 아시아 통화 중 최악의 성과를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강한 수출 실적과 기업들의 달러 매수가 겹치며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Woori Bank의 Min Kyung-won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하락이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를 지지하며 달러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고, 원화도 이에 따라 상승'이라고 분석했다.
SK Hynix의 주가는 3.1% 하락한 1,629,000원에 거래됐다. 8월 31일부터 10월 8일까지 외국인들은 SK Hynix 주식을 15조 9,99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KRX 반도체 지수는 11.42% 상승했는데, SK Hynix 주가는 6.25% 하락했다. 이 괴리감은 레버리지 ETF 거래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헤지 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원/엔 환율, 18년 만의 최저치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장중 100엔당 840.83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8년 1월 2일, 833.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18년 만의 최저치라는 점에서, 원화 강세는 단순히 달러 대비가 아니라 엔화 대비에서도 확인된다. 엔/달러 환율은 158.305엔으로 0.01% 올랐지만, 원/엔 환율은 2.48원 내린 843.66원으로 마감했다.
이 현상은 일본 금융시장의 휴장, 얇은 거래량, 그리고 글로벌 유가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시장이 휴장한 사이 거래가 얇아져 환율 변동성이 커졌고, 유가 하락이 엔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를 지지했다. 원화 강세가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 흐름인지에 대한 논쟁이 시장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결제 규모, 거래량, 그리고 시장 온도
한국예탁결제원이 10월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일평균 증권 결제 규모는 35.4조 원으로, 2분기 42.4조 원 대비 16.5% 감소했다. 주식 결제 규모는 8.8조 원으로 12.4% 줄었고, 채권 결제 규모는 26.6조 원으로 17.7% 감소했다. 그러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29.4% 높은 수준이다.
실제 거래량은 결제 규모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장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분기 77.3조 원으로, 2분기 117.2조 원 대비 34.1% 감소했다. 기관 투자자의 주식 거래대금도 26.4% 줄어든 45.4조 원을 기록했다. 결제 규모 감소폭이 거래대금 감소폭보다 작은 것은, 매수·매도 금액을 상계하는 네팅 비율이 2분기 96.3%에서 3분기 94.7%로 1.6%p 낮아진 영향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기관의 단기 자금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단기 채권 일평균 결제 규모는 37.8% 감소한 6.5조 원에 그쳤다. 반면 CD와 CP의 결제 규모는 0.1% 증가한 4.8조 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시장 전반의 거래 활동이 식고 있지만, 전년 대비 기준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단순한 침체라기보다 구조적 재편의 한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Keep subscribing to 박예준Her next filing reaches you the moment it publishes, on her own subdomain.
Subscri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