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본법이 1월 22일 시행되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포괄적인 인공지능 규제 체계를 갖춘 나라가 되었다.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담은 이 법을 정리한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규칙이 한국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른바 인공지능 기본법이 올해 초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포괄적인 인공지능 규제 체계를 갖춘 나라가 되었다. 이 법은 산업 육성과 안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담고 있어 국내외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 최초의 포괄적 법

정식 명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기본법으로, 2025년 1월에 국회를 통과한 뒤 2026년 1월 22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종합적인 인공지능 법제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발의되어 있던 열아홉 개의 인공지능 관련 법안을 하나의 커다란 틀로 묶어 정리한 것이다. 연구 개발에 대한 지원부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요구 사항까지, 인공지능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영향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법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고영향 인공지능에 대한 규율이다. 의료와 에너지, 그리고 공공 서비스처럼 국민의 삶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쓰이는 인공지능에는 보다 엄격한 의무가 부과된다. 위험이 큰 만큼 책임도 무겁게 지우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특정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의무도 함께 담겼다. 이용자가 사람이 만든 것과 기계가 만든 것을 혼동하지 않도록 하고, 전반적인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에서 마련된 장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국경을 넘어서는 적용
이 법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적용 범위에 있다. 규정은 한국 안에 있는 기업뿐 아니라, 해외에 있으면서도 한국 시장의 이용자에게 영향을 주는 사업자에게도 적용된다. 이른바 역외 적용을 명시함으로써 국경을 넘나드는 인공지능 서비스까지 규율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일 년의 계도 기간
다만 정부는 제도가 현장에 자리 잡을 시간을 주기 위해 유예 기간을 두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한 해 동안 최소 일 년의 계도 기간을 운영하며, 이 기간에는 사실 조사나 과태료 부과를 원칙적으로 미루기로 했다. 기업들이 차분히 준비할 여유를 준 셈이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인명 피해처럼 사회적으로 대단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계도 기간과 무관하게 곧바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규제의 유연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만큼은 분명하게 그어 두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규제와 진흥의 균형
이 법은 단순히 규제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의 구축을 돕고,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어 제공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등, 민간의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진흥책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규제와 육성을 한 몸에 담아내려는 시도인 셈이다.
결국 이 법이 추구하는 것은 혁신과 신뢰 사이의 섬세한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활짝 열어 주면서도, 그 기술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위험은 미리 촘촘하게 관리하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붙잡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왜 중요한가
한국의 이번 행보는 세계적으로도 크게 주목할 만하다. 유럽연합이 앞서 인공지능 법을 마련한 데 이어,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가장 먼저 포괄적인 틀을 갖추면서 이 분야의 국제적인 규범 논의에서 발 빠르게 유리한 자리를 잡으려는 모습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의무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명확한 규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이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한국 시장을 겨냥하는 해외 기업이라면 이 법의 내용을 앞으로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 기본법의 시행은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에 가깝다. 계도 기간이 지나고 세부적인 시행 규칙이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그 실제 모습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한국이 이 균형 실험을 어떻게 풀어 가는지는 앞으로 다른 나라들에게도 하나의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