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통 서울 골목의 옷차림을 이야기하지만, 가을이 깊어지면 마음은 밥상으로 향합니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 송편과 전, 그리고 차례상에 담긴 의미와,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도 우리 곁에 남는 것들에 대해 적어 보았습니다.
유행이 뭔지는 묻지 마세요. 저는 보통 서울 골목을 걷다 마주치는, 남 눈치 안 보고 자기답게 입은 사람들에 대해 씁니다. 그런데 가을이 깊어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제 마음은 옷장이 아니라 어김없이 밥상으로 향합니다. 한 해에 한 번, 온 가족이 둘러앉는 그 따뜻한 자리, 바로 추석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
먼저 올해의 날짜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추석은 음력 팔월 보름인 9월 25일 금요일이며, 연휴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이어집니다. 한 해 중 가장 크고 둥근 보름달이 뜨는 이 시기에, 전국의 수많은 가족이 고향으로 향하는 긴 귀성길에 오릅니다.
한국의 추수감사절
추석은 흔히 한국의 추수감사절이라고 소개되곤 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추석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의 하나로,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조상께 예를 올리며, 정성껏 차린 음식을 나누는 날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흩어져 살던 식구들이 다시 하나로 이어지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밥상 위의 송편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역시 송편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송편은 반달 모양의 떡으로, 안에는 깨나 팥, 밤, 꿀 같은 소를 넣고, 솔잎을 깔아 그 위에서 쪄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솔잎의 은은한 향이 배어든 송편 한 입에는, 계절의 냄새와 오래된 손맛이 함께 담겨 있는 듯합니다.
전 부치는 냄새
명절 아침, 집 안을 가득 채우는 전 부치는 고소한 냄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추석에는 송편과 더불어 각종 전과 제철 과일도 즐겨 먹습니다. 기름 두른 팬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전을 기다리며, 온 가족이 부엌에 둘러서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은 많은 이들의 따뜻한 기억일 것입니다.
차례상의 의미
추석의 중심에는 조상을 기리는 차례가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차례는 조상의 영을 기리는 정식 의례로, 밥과 과일, 채소, 고기, 생선 같은 음식을 상 위에 정성껏 차리고 절을 올리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가족은 이 상 앞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조용히 되새기게 됩니다.
햇곡식으로 차리는 아침

차례상에서 특별한 점은, 갓 거둔 새 곡식으로 상을 차린다는 데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차례는 보통 추석 아침에 그해에 수확한 햅쌀과 송편, 제철 과일로 지냅니다. 한 해 동안 땅이 내어 준 첫 결실을 먼저 조상께 올리는 그 마음에는, 자연과 노동에 대한 오래된 감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세대를 잇는 손맛
제가 추석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부분은 사실 음식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으면, 할머니의 손끝에서 어머니로, 다시 아이의 서툰 손으로 그 모양과 이야기가 조용히 전해집니다. 예쁘게 빚어야 좋은 짝을 만난다는 오래된 농담까지, 손맛은 그렇게 세대를 잇습니다.
변해가는 추석
물론 오늘날의 추석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직접 빚는 대신 송편과 전을 사서 준비하는 집도 늘었고, 명절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거나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명절의 형식 또한 저마다의 방식으로 조금씩 새롭게 바뀌어 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도 남는 것
형식이 아무리 변해도, 추석의 한가운데에 남는 것은 결국 마음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과 나누는 밥 한 끼,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목소리, 함께 올려다보는 둥근 보름달. 무엇을 먹고 어떻게 지내든, 감사하고 나누며 곁에 있어 주는 그 마음만은 좀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길 위의 나에게도
남 눈치 안 보고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저에게도, 추석만큼은 조금 다른 얼굴로 다가옵니다. 골목의 자유로움을 사랑하면서도, 이 며칠만은 밥상 앞으로 이끌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어쩌면 뿌리를 기억하는 일과 나답게 사는 일은, 서로 다투지 않고 나란히 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풍요의 계절, 마음의 밥상
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송편이 쪄지고, 전이 부쳐지고, 둥근 달이 떠오를 것입니다. 화려한 유행은 한 철이 지나면 잊히지만, 이 풍요의 밥상은 해마다 돌아와 우리를 다시 불러 모읍니다. 부디 이번 한가위에는, 여러분의 밥상에도 따뜻한 음식과 그리운 얼굴이 넉넉히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