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육백 년 전, 조선의 임금 세종대왕은 글을 몰라 어려움을 겪던 백성들을 위해 배우기 쉬운 새로운 문자를 손수 만들었다. 한글이라 불리는 이 문자는 만든 사람과 만든 원리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는 매우 드문 글자로, 그 뛰어난 과학성과 독창성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읽고 쓰는 한글은 사실 세계 문자의 역사 속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유산이다. 대부분의 문자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과는 달리, 한글은 누가 언제 어떤 원리로 만들었는지가 아주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문자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백성을 진심으로 아끼는 임금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자만 쓰던 시절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조상들은 우리말을 적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에서 들여온 한자를 빌려 사용해야만 하는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한자는 우리말의 소리와 구조를 제대로 담아내기에 적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수가 너무나 많고 익히기가 매우 어려워서 보통 사람들이 배우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 결과 대다수의 평범한 백성들은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글로 적어 관청에 알리거나, 마음속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배움의 기회에서 소외된 수많은 이들에게 글을 모른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서, 때로는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는 커다란 서러움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던 것이다.
백성을 위한 임금의 결심

조선의 네 번째 임금이었던 세종대왕은 이처럼 글을 몰라 고통받는 백성들의 딱한 사정을 그 누구보다도 깊이 헤아리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였던 어진 임금이었다. 그는 신분이 높고 낮음을 떠나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이 누구나 쉽게 배우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새로운 문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굳게 믿었으며, 마침내 그 뜻을 몸소 실현하기로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임금이 직접 나서서 백성을 위한 새로운 문자를 만든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참으로 파격적이고 놀라운 일이었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향한 깊은 사랑과 학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말의 소리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연구하며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일에 자신의 온 정성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훈민정음의 탄생
마침내 세종대왕의 오랜 노력이 값진 결실을 맺어, 지금으로부터 약 육백 년 전인 1443년 무렵에 새로운 문자가 그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내게 되었고, 몇 년 뒤인 1446년에 이르러 마침내 온 세상에 정식으로 반포되었다. 이 문자에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을 담은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그 이름 속에는 백성을 위하는 임금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훈민정음이 반포될 당시에 이 새로운 문자를 만든 까닭과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을 아주 자세히 설명한 특별한 책이 함께 만들어졌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상의 수많은 문자들 가운데 이렇게 만든 원리와 목적을 친절하게 기록으로 남긴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 책은 오늘날 그 자체로도 매우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인 원리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데에는 그럴 만한 분명하고도 놀라운 까닭이 담겨 있다. 자음은 소리를 낼 때 혀와 입, 그리고 목구멍 등 발음 기관의 실제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으며, 모음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라는 세상의 근본이 되는 요소를 상징하는 간단한 형태를 바탕으로 하여 매우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몇 가지 기본이 되는 글자를 바탕으로 획을 더하거나 서로 조합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말의 다양하고 복잡한 소리를 놀라울 만큼 체계적으로 적어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뛰어난 짜임새 덕분에 한글은 배우기가 매우 쉬워서, 오늘날에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그 기본 원리를 깨치고 익힐 수 있는 문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가 인정한 가치
한글의 이러한 뛰어난 가치는 비단 우리나라 안에서만 인정받는 데에 그치지 않고, 국경을 훌쩍 넘어 전 세계로부터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특히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를 자세히 담고 있는 그 귀중한 해설서는, 인류가 다 함께 지키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기록 유산으로서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에 의해 지난 1997년에 공식적으로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서는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특별한 상을 만들어, 전 세계에서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며 문맹을 없애는 일에 앞장선 이들에게 해마다 정성껏 수여하고 있다. 이는 백성 모두가 글을 읽고 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세종대왕의 아름다운 뜻이, 오늘날 온 인류를 위한 값진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한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 이르러, 한글은 단순히 우리말을 적는 실용적인 도구의 역할을 훌쩍 넘어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문화의 상징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되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 그리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한글을 새롭게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수 또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 사람의 어진 임금이 오직 백성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하나로 만들어 낸 이 문자가, 수백 년의 긴 시간을 훌쩍 넘어 이제는 온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두루 받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앞으로도 한글은 그 안에 담긴 소중한 정신과 함께,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환하게 빛나며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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