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롯데GRS, SPC 등 식품 대기업들이 비주력 브랜드를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현실을 분석합니다.
2026년 10월 8일, 국내 식품업계의 화두는 '성장'이 아니라 '정리'입니다. 과거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앞다투어 외식 브랜드를 출시하며 외형을 키우는 것이 경쟁력의 척도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돈을 벌지 못하는 브랜드는 과감히 접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사업에만 자원을 집중하는 '브랜드 재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식품업계의 경영 철학 자체가 수익성 중심의 실질적 가치 창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같은 흐름은 거대 기업들에서 뚜렷하게 관찰됩니다. 신세계푸드는 비주력 사업을 잇달아 정리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고, 롯데GRS는 수익성 중심으로 브랜드 운영 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 CJ푸드빌과 SPC삼립 역시 브랜드별 경쟁력에 따라 사업 방식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브랜드의 수가 아니라, 개별 브랜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식품업계의 냉정한 선택과 그 이면에 숨겨진 전략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10년 만의 결별, 신세계푸드의 과감한 결단
신세계푸드의 사례는 이번 브랜드 재편 바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015년 계열사로 편입한 지 약 10년 만인 지난해, 신세계푸드는 스무디 전문 브랜드 '스무디킹코리아'의 국내 사업 종료를 결정하고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단순한 점포 철수가 아니라,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에 대한 과감한 단절을 의미합니다. 신세계푸드는 스무디킹 외에도 2024년 말 노브랜드피자 사업을 정리하고, 지난해 6월에는 미국 대체식품 전문 자회사 '베러푸즈'를 청산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지난해 12월 단체급식 사업을 아워홈 계열사에 매각하는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신세계푸드는 이렇게 비주력 사업을 정리한 자원으로 베이커리 제조, 식자재 유통, 노브랜드버거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베이커리 사업 매출 목표를 5700억원으로 설정하고 생산시설 확충과 외부 거래처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상장폐지를 마치고 이마트의 완전자회사로 전환한 것도 이러한 사업 재편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결정입니다. 신세계푸드의 선택은 '없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반토막 난 매장과 살아남은 브랜드
롯데GRS의 엔제리너스 사례는 '철수'와 '축소'의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엔제리너스 매장 수는 2021년 449곳에서 2024년 297곳으로 꾸준히 감소했으며, 올해는 약 240곳까지 줄어 5년 전과 비교하면 매장 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엔제리너스 브랜드 자체를 철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롯데GRS는 수익성 중심의 점포 운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메뉴 경쟁력과 브랜드 차별화에 나서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반미 샌드위치 등 식사 대용 메뉴를 확대하고 기존 인기 제품을 다시 출시하는 등 경쟁력 회복을 추진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롯데GRS의 지난해 매출은 1조 1189억원으로 전년보다 12.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10억원으로 30.6% 늘었습니다. 롯데리아의 신제품 판매 호조와 엔제리너스의 점포 효율화 등이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매장은 줄었지만, 남은 매장의 효율성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롯데GRS는 수익성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수량'이 아닌 '질'의 경쟁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주력 브랜드에 올인하는 CJ푸드빌과 SPC
CJ푸드빌은 과거 한식 뷔페 브랜드 '계절밥상'을 철수하고 일부 외식 브랜드의 매장을 줄이는 등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를 구축해 왔습니다. 현재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와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를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빕스는 과거 점포 효율화를 거친 뒤 프리미엄 매장과 핵심 상권 중심의 전략적 출점으로 운영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이러한 사업 재편 속에 CJ푸드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 207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연매출 1조원대에 복귀했습니다.
SPC삼립도 일부 외식 브랜드의 운영 방식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베이커리 브랜드 '르뽀미에'의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했는데, 2007년 첫선을 보인 이후 약 19년 만입니다. 상미당홀딩스 관계자는 가맹사업 확대보다는 자체 직영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르뽀미에 브랜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현재는 서울 동작구 보라매 직영점 한 곳만 운영하며 직영 매장 중심의 운영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SPC삼립은 앞서 '에그슬럿'의 국내 매장 운영을 종료하기도 했지만, '피그인더가든'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중단한 뒤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식품 대기업들이 모든 브랜드를 일률적으로 정리하기보다는, 시장성과 운영 효율에 따라 사업 방식을 달리하는 정교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브랜드의 수를 줄이는 대신, 각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2026년 식품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수익성이 곧 생존, 새로운 경영 지표
식품·외식 대기업들의 이번 사업 재편은 단순한 브랜드 철수에 그치지 않습니다. 성장성이 낮은 사업은 정리하고, 기존 점포의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경쟁력 있는 브랜드에는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의 변화입니다. 특히 신규 매장 출점과 브랜드 확대가 곧 성장으로 이어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점포당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질적인 수익성이 중요한 경영 지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보다 개별 브랜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개별 브랜드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따지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기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식품업계의 이 냉정한 선택은 결국 소비자에게 더 나은 품질과 경험을 제공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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