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다대포 두송반도의 백악기 퇴적층에서 약 1억 년 전 대형 오비랩터의 알 화석이 확인되었다. 5년에 걸친 정밀 분석 끝에 나온 이 발견은 부산에 실제로 큰 공룡이 살았음을 보여 주는 첫 사례로,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며 아시아 최동단 산출지로서의 의미까지 더했다.
부산의 한 바닷가 절벽이 아주 오래전 거대한 공룡이 살던 무대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다대포 두송반도의 백악기 퇴적층에서 발견된 공룡알 화석이, 키가 5미터를 훌쩍 넘는 대형 공룡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학계와 시민들의 관심이 한꺼번에 쏠리고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걷던 해안 풍경 아래에 이토록 아득한 시간이 잠들어 있었다는 점이 새삼 놀라움을 안긴다.
다대포에서 나온 1억 년 전의 흔적
이번 발견의 무대는 부산 사하구 다대포 두송반도 일대에 넓게 자리한 백악기 퇴적층이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나온 여러 점의 공룡알 화석을 하나하나 살피며, 껍데기의 미세한 구조와 배열까지 꼼꼼하게 분석했다. 약 1억 년 전이라는 시간은 사람의 감각으로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길이이지만, 화석은 그 오랜 세월을 건너 지금 우리 앞에 조용히 그 흔적을 내밀고 있다.
대형 오비랩터의 알로 확인되다
정밀 분석 결과, 이 알들은 키가 5미터에서 6미터에 이르는 대형 오비랩터가 낳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동안 부산 지역에서는 공룡의 발자국은 여럿 알려졌지만, 큰 몸집의 공룡이 이곳에 실제로 자리를 잡고 살았음을 알 화석으로 보여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자국이 스쳐 지나간 순간을 담는다면, 알은 그 자리에서 삶을 이어 갔다는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비랩터는 어떤 공룡이었나
오비랩터는 약 1억 년 전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공룡으로,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부리 모양의 턱과 깃털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새를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생김새는 공룡과 오늘날의 새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거대한 몸집에 깃털을 두른 이 공룡이 다대포의 물가를 오갔을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의 해안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화석은 어떻게 오늘까지 남았나

공룡알이 오랜 세월을 견디고 지금까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두꺼운 퇴적층 덕분이다. 강이나 호수, 물가에 쌓인 흙과 모래가 알을 부드럽게 덮으면, 그 안에서 껍데기의 형태와 미세한 구조가 오랫동안 고스란히 지켜진다. 다대포의 백악기 지층은 바로 그런 자연의 금고 역할을 하며, 아득한 과거의 한 장면을 조심스럽게 오늘의 연구자에게 건네주고 있는 셈이다.
세계 곳곳의 알과 일치한 구조
연구진은 다대포에서 나온 알 화석의 구조가 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오비랩터 알과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중국 허난성과 저장성, 몽골은 물론 미국 유타주와 아이다호주에서 나온 오비랩터 알과 특징이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화석이 오비랩터의 것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인 동시에, 먼 대륙의 공룡들이 서로 닮은 생태를 지녔음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부산 지질 역사에 남긴 의미
이번 성과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지질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드는 발견이다. 특히 다대포 퇴적층은 이 대형 공룡들이 실제로 생활하던 환경으로 해석되며, 아시아에서 오비랩터 알이 나온 가장 동쪽 산출지라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가 크다. 익숙한 관광지이자 일몰 명소로 알려진 다대포가, 이제는 1억 년 전 생명의 이야기를 품은 자연사의 현장으로 새롭게 조명받게 되었다.
5년에 걸친 끈질긴 분석
이 발견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최승 박사와 국립부경대학교의 백인성 명예교수 연구진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해에 걸쳐 다대포 지층에서 나온 알 화석을 반복해서 조사하고 검증했다. 화석 하나의 정체를 확정하기까지 얼마나 신중하고 끈질긴 과정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 주는 대목으로, 고생물학이 왜 인내의 학문이라 불리는지 짐작하게 한다.
국제 학술지가 주목한 성과
연구 결과는 영국고생물학회가 펴내는 국제 학술지 페이퍼스 인 팔레온톨로지에 실리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전문 학술지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이번 발견이 국내를 넘어 세계 고생물학계에서도 의미 있는 자료로 받아들여졌음을 뜻한다. 우리 연구진의 꼼꼼한 분석이 국제 무대에서 통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반갑고 자랑스러운 소식이다.
발밑에 잠든 시간을 읽는 일
이번 발견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무대가 사람들의 생활과 아주 가까운 도심 해안이라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절벽과 바위 사이에 1억 년 전의 알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발밑의 땅이 얼마나 긴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과학은 이렇게 익숙한 풍경 속에서 뜻밖의 시간을 읽어 내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준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
연구자들은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다대포와 그 주변 지층을 더 깊이 들여다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알과 함께 다른 화석이 나온다면 당시의 생태 환경을 한층 또렷하게 복원할 수 있고, 한반도 남부에 살던 공룡들의 모습도 더 생생하게 그려 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발견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그 뒷이야기를 기다리는 일 또한 이번 소식이 남긴 즐거움이다.
먼 옛날의 거대한 공룡과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같은 땅을 밟고 있었다는 사실은, 시간의 깊이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다대포의 절벽에 새겨진 1억 년 전의 흔적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부산의 소중한 자연 유산으로 남아, 과거와 현재를 잇는 조용한 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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