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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SOUTH KOREA

암은 어떻게 혈관을 훔치나, 우리 연구진이 밝힌 종양의 설계도

윤유진 윤유진 yujinyoon.avalw.com · 190 reads Respect0 Save Share Read only
READS459live count PUBLISHED10 Sept2026 READING TIME3 min501 words LANGUAGE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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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이 몸집을 키우려면 새 혈관이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종양은 정상 혈관을 만드는 유전자 설계도를 몰래 다시 켜서 혈관을 만든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조절하는 단백질 인테그린을 새로운 항암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 국제학술지에 실린 이 연구의 의미를 짚어본다.

암세포가 하나의 작은 덩어리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종양으로 자라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산소와 영양분을 실어 나를 새로운 혈관이다. 종양은 스스로 혈관을 끌어들여 몸집을 키우는데, 국내 연구진이 종양이 그 혈관을 만들어 내는 은밀한 수법을 새롭게 밝혀냈다.

KAIST와 기초과학연구원, 즉 IBS의 공동 연구팀은 종양이 정상적인 혈관을 만드는 유전자 설계도를 몰래 다시 꺼내 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헤럴드경제 등 여러 매체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 과정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을 새로운 항암 치료의 표적으로 함께 제시했다.

종양에게 혈관이 필요한 이유

우리 몸의 세포는 혈관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살 수 있다. 종양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라려면 주변에서 새로운 혈관을 끌어와야 한다. 이렇게 새 혈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혈관신생이라 부르며, 이는 오래전부터 암을 굶겨 죽이려는 치료 연구의 핵심 무대였다.

문제는 종양이 만드는 혈관이 좀처럼 뜻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혈관신생을 막으려는 기존 치료제들이 개발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종양이 다른 길을 찾아 저항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자들은 종양이 대체 어떤 원리로 이토록 집요하게 혈관을 만드는지 근본 원리를 찾고 있었다.

정상 혈관의 설계도를 훔치다

종양은 정상 혈관 발달에만 잠깐 쓰이는 유전자 프로그램을 다시 켜서 자신을 먹여 살릴 혈관을 만든다.
종양은 정상 혈관 발달에만 잠깐 쓰이는 유전자 프로그램을 다시 켜서 자신을 먹여 살릴 혈관을 만든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유전자의 작동 방식이었다. 원래 우리 몸에는 태아 시기처럼 혈관이 활발히 만들어지는 특정 순간에만 잠깐 켜졌다가 꺼지는 유전자 프로그램이 있다. 정상적인 성체의 혈관에서는 대체로 조용히 잠들어 있어야 할 이 설계도가, 종양에서는 다시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종양은 새로운 혈관을 만들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정상 혈관을 만들던 오래된 설계도를 몰래 다시 꺼내 베껴 쓴 셈이다. 연구진은 이 훔쳐 쓴 설계도의 정체를 유전자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며, 종양 혈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정교하게 그려 냈다.

여덟 종의 암에서 확인된 공통점

이 현상이 특정 암에만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여러 암에 두루 나타나는 것인지도 중요한 물음이었다. 연구팀은 여덟 종류의 고형암 데이터를 폭넓게 분석했고, 그 결과 암의 종류와 상관없이 종양의 혈관 세포에서 비슷한 유전자들이 공통적으로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유전자들은 새로운 혈관의 성장을 부추기고 혈관 주변의 세포 환경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특징은 대장암을 비롯한 여러 암에서 환자의 나쁜 예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즉 이 설계도가 활발히 켜진 종양일수록 경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새 표적으로 떠오른 인테그린

연구의 백미는 이 모든 과정을 조율하는 핵심 단백질을 찾아낸 대목이다. 연구팀은 인테그린이라 불리는 단백질이 종양 혈관을 만드는 설계도의 스위치처럼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겨냥하면 종양의 혈관 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무작정 모든 혈관을 막는 방식이 아니라, 종양이 훔쳐 쓰는 설계도의 핵심 부품만 정밀하게 겨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혈관신생 억제 치료가 부딪혔던 저항과 부작용의 벽을, 좀 더 정교한 표적으로 넘어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대장암에서 확인한 가능성

연구진은 실제 대장암 환자의 조직에서도 종양 혈관에 인테그린이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 환자의 몸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결과였다. 훔쳐 쓴 설계도가 종이 위의 가설이 아니라 병을 키우는 실제 장치임을 보여 준 셈이다.

나아가 사람의 종양을 옮겨 심은 생쥐 모델에서 인테그린의 작동을 억제하자, 종양의 혈관 형성과 종양 자체의 성장이 함께 줄어드는 것이 관찰됐다. 표적을 건드리면 실제로 종양의 기세가 꺾인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을 통해 한 걸음 더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항암 치료의 새로운 실마리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암연구학회가 펴내는 국제학술지 캔서 리서치에 2026년 6월 8일 실렸다. 종양이 새 혈관을 만드는 근본 원리를 유전자 설계도라는 관점에서 풀어내고, 인테그린이라는 손에 잡히는 표적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많은 검증이 남아 있지만, 종양이 오래된 설계도를 훔쳐 쓴다는 이 발견은 암을 굶겨 죽이려는 오랜 싸움에 새로운 실마리를 던져 주고 있다.

4 responses
다은 홍5 days ago

인테그린: 명확하고 잘 설명했어요.

4
지우 임1 week ago

인테그린 분석이 탄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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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 조4 days ago

정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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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 송6 days ago

완전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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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진 2026-09-10 · 3 min read · 459 r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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