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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진흙의 재발견: 세계유산으로 넓어진 한국의 갯벌

최수아 최수아 suachoi.avalw.com · 253 reads Respect0 Save Share Read only
READS26live count PUBLISHED21 Sept2026 READING TIME3 min608 words LANGUAGE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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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텅 빈 땅처럼 보이는 갯벌이 세계에서 가장 생명력 넘치는 생태계로 인정받았다. 유네스코가 확대한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과, 철새와 탄소를 품은 그 숨은 가치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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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갯벌은 아무것도 없는 회색 진흙탕처럼 보인다. 썰물 때 끝없이 펼쳐지는 그 질척한 땅을 보며 쓸모없는 공간이라 여긴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갯벌은 사실 지구에서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생태계 가운데 하나다. 최근 유네스코가 이 갯벌의 세계유산 구역을 크게 넓히면서, 오랫동안 저평가받아 온 이 진흙 땅의 진짜 가치가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유산 구역이 넓어지다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회의에서 7월 25일 갯벌 세계유산의 확대를 승인했다. 이번에 추가된 이른바 2단계 확장 구역은 서산과 고흥, 무안, 그리고 여수 등 네 곳에 걸친 다섯 개 구역을 새롭게 포함한다. 이로써 한국의 갯벌은 더욱 넓은 영역이 국제적인 보호와 인정을 받게 되었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은 2021년의 일이었다. 이번 확대는 그 첫 등재의 의미를 한층 완성도 있게 다지는 후속 조치라 할 수 있다. 한 번의 등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할 가치가 있는 구역을 꾸준히 넓혀 간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갯벌 보전을 향한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진흙 속에 숨은 생명

겉보기와 달리 갯벌은 놀라운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이 지역에는 무려 2,454종에 이르는 동식물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 안에는 갯벌 특유의 다양한 무척추동물은 물론, 서해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 53종도 포함되어 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는 진흙 아래에 이토록 다채로운 생명이 촘촘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은, 이 생태계의 깊이를 새삼 깨닫게 한다.

철새들의 생명선

갯벌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철새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터전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이동하는 물새들에게 먹이를 얻고 번식하며 잠시 쉬어 가는 결정적인 서식지를 제공한다. 기록된 조류만 216종에 이르며, 그중에는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24종도 포함되어 있다. 갯벌은 말 그대로 수많은 새의 생사를 좌우하는 생명선인 셈이다.

이 갯벌은 동아시아와 대양주를 잇는 거대한 철새 이동 경로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 경로를 따라 약 5,000만 마리에 이르는 물새가 20개가 넘는 나라의 연안과 내륙 습지를 거치며 오간다. 따라서 이 길목에 자리한 주요 기착지 한 곳이 사라지거나 훼손되면, 그 피해는 한 나라의 국경을 훌쩍 넘어 여러 나라의 새들에게 고스란히 미치게 된다.

갯벌의 숨은 힘

썰물 때 드러나는 광활한 갯벌은 노을과 어우러져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룬다 (이미지 사진).
썰물 때 드러나는 광활한 갯벌은 노을과 어우러져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룬다 (이미지 사진).

갯벌이 품은 가치는 생물다양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진흙 땅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이른바 블루카본의 역할을 하며 기후 변화 대응에도 기여한다. 또한 오염 물질을 걸러 물을 맑게 하고, 거센 파도로부터 해안을 지켜 주는 방파제 역할까지 한다. 여기에 더해 조개와 어패류를 내어 주며 인근 어촌 마을의 삶을 오랜 세월 지탱해 온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특히 탄소를 저장하는 기능은 최근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갯벌과 같은 연안 습지는 그 넓이에 비해 상당한 양의 탄소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갯벌을 지키는 일이 단지 새와 조개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지구의 기후를 지키는 자연 기반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진흙 한 줌에도 기후를 위한 힘이 담겨 있는 셈이다.

왜 확대가 중요한가

이번 세계유산 구역 확대가 반가운 이유는 분명하다. 보호 구역이 넓어질수록 철새와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힘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의 갯벌은 서해를 함께 접한 이웃 나라들의 연안 생태계와도 긴밀히 이어져 있어, 국경을 넘어선 협력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갯벌 보전이 한 나라만의 과제가 아님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물론 갯벌이 마주한 위협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연안의 갯벌은 간척과 개발, 오염 등으로 빠르게 줄어들어 왔다. 소중한 기착지가 하나둘 사라지면 그 길을 따라 이동하는 새들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남아 있는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해 지켜 내는 일은, 눈앞의 풍경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갯벌을 곁에 둔 지역 사회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 준다.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힘을 지니기 때문이다. 생태 관광과 갯벌 체험, 철새 탐조 같은 활동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갯벌의 가치를 직접 체감하며 이를 지키는 일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회색 땅의 재발견

결국 한국의 갯벌 이야기는,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잘 보여 준다. 한때 메워서 개발해야 할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갯벌이, 이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세계적인 유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회색 진흙 아래 감춰진 생명과 기후의 힘을 알아본 순간, 그 텅 비어 보이던 땅은 가장 값진 보물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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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아 2026-09-21 · 3 min read · 26 r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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