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휘발유 등 석유 제품에 적용해 온 최고가격제의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인철 경제부총리는 오늘 저녁 발표될 7차 석유 최고 가격을 국제 유가 하락과 민생 부담,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고가격제라는 제도 자체는 소비자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기름값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인하된 상한선은 이날 저녁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최고가격제는 석유 제품 가격의 상한선을 정해 두는 제도다. 원래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던 시기에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유가가 치솟던 상황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던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국제 유가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같은 제도를 둘러싼 평가도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제도를 도입할 당시의 목적과 현재의 시장 상황이 서로 달라졌다는 점이 이번 조정의 출발점이 됐다.
최근에는 이 최고가격제가 오히려 가격 하락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제 유가가 안정됐는데도 높게 설정된 가격 상한선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시장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는 데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상한선은 낮추되 제도 자체는 유지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판단으로 풀이된다. 유가 안정세에도 소비자들이 인하 효과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도는 공급가를 더 빨리 끌어내리도록 유도하겠다는 데 있다. 상한선을 낮춤으로써 공급자들이 공급 가격을 보다 신속하게 인하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동시에 제도 자체를 완전히 없애지 않고 유지함으로써,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질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그대로 남겨 두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결국 가격을 끌어내리는 동시에 시장 안정 장치는 유지하는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정부는 이번에 최고 가격을 우선 1,700원대까지 낮춰, 그동안 기름값 인하를 가로막아 온 걸림돌을 치우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제 기름값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한선이 리터당 100원 이상 내려가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조만간 2천 원 선 아래로 내려올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그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휘발유 가격이 한 단계 낮아지면, 운전자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 부담도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인하 폭과 가격 반영 시점은 공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석유 가격 대책은 정부의 전반적인 물가 관리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정부는 민생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1조 원을 투입해 하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석유류 가격은 전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고가격 인하가 하반기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소비자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관련 대책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