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촌스럽다는 편견에 갇혔던 트로트가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임영웅이라는 현상과 오디션 열풍을 중심으로, 세대를 잇는 국민 음악의 부활을 들여다본다.
어느 날 문득 라디오에서, 시장 골목에서, 그리고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객의 함성 속에서 같은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바로 트로트다. 한동안 낡고 촌스러운 음악이라는 편견에 갇혀 있던 이 장르가 지금 한국에서 다시 뜨겁게 사랑받고 있다. 그것도 특정 세대만이 아니라, 손주와 조부모가 함께 흥얼거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악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부활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촌스럽다는 편견을 넘어서
오랫동안 트로트는 젊은 세대에게 부모나 조부모가 듣는 옛날 음악으로 여겨져 왔다. 화려한 케이팝의 그늘에 가려 한물간 장르라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오래된 음악은 완전히 다른 옷을 입고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세련된 무대 연출과 젊은 가수들의 등장, 그리고 방송을 통한 재발견이 맞물리면서, 트로트는 더 이상 낡은 음악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가장 뜨거운 대중가요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전성기
영국의 공영방송 비비시조차 이 흐름에 주목했다. 비비시는 한국의 전통적 대중음악 장르인 트로트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소개하며, 그 상징으로 한 가수의 이름을 꼽았다. 한때 우스꽝스럽다는 조롱까지 받던 장르가 이렇게 국제적인 조명을 받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이는 트로트가 단순한 복고 유행을 넘어, 한국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확실히 복귀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임영웅이라는 현상
이 부활의 한가운데에는 임영웅이라는 이름이 있다. 비비시는 그를 새로운 세대의 가장 성공한 트로트 가수로 소개했다. 그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 방송과 음원, 콘서트를 아우르는 활동 속에서 그는 트로트라는 장르의 이미지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젊은 세대에게조차 트로트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멋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것, 그것이 어쩌면 그의 가장 큰 성취일지도 모른다.
연속 1위가 가진 무게
그의 영향력은 구체적인 기록으로도 확인된다. 브랜드평판 조사에서 임영웅은 2026년 2월 기준으로 62개월 연속 트로트 가수 부문 1위를 지켰고, 이 기록은 4월에 이르러 64개월 연속으로 이어졌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정상을 내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중의 관심이 빠르게 옮겨 가는 오늘날의 음악 시장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 흔들림 없는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디션이 바꾼 판도
트로트 부활의 결정적 전환점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임영웅은 2020년 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무려 만 칠천 명이 넘는 경쟁자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러한 서바이벌 형식의 방송은 실력 있는 신인들을 대거 발굴했을 뿐 아니라, 트로트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콘텐츠로 만들었다. 매주 방송을 보며 응원할 가수를 정하고 투표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이 장르에 다시 빠져들게 되었다.
세대를 잇는 노래
트로트의 가장 큰 힘은 세대를 잇는다는 데 있다. 부모 세대가 젊은 시절 즐기던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요즘의 세련된 편곡과 무대를 통해 젊은 층에게도 새롭게 다가간다. 덕분에 트로트 콘서트장에는 백발의 어르신과 이십 대 팬이 나란히 앉아 같은 노래를 부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하나의 음악으로 연결되는 이러한 경험은, 빠르게 파편화되는 요즘 사회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소중한 장면이라 할 만하다.
월드컵경기장을 채운 트로트
트로트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무대의 규모가 증명한다. 임영웅은 2024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이는 싸이나 빅뱅, 세븐틴 같은 대형 가수들만이 이루었던 성취에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한때 소극장이나 지역 행사 무대에 머무른다고 여겨지던 장르가 수만 명을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는 사실은, 트로트가 명실상부한 주류 음악으로 올라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무대 뒤의 이야기

화려한 조명과 함성 뒤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노력의 시간이 있다. 한 곡의 트로트가 완성되기까지는 작곡가와 작사가, 편곡자와 연주자들의 손길이 겹겹이 쌓인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특유의 꺾는 창법을 소화하기 위해 가수들은 수없이 목을 다듬는다. 무대 위에서 몇 분간 흐르는 노래 한 곡에는, 무대 뒤에서 반복된 연습과 조율의 긴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진짜 이야기는 종종 그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케이팝과는 다른 길
트로트의 부활은 케이팝의 성공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다. 케이팝이 해외 시장과 세계적 팬덤을 겨냥해 뻗어 나갔다면, 트로트는 무엇보다 한국인의 정서와 일상 깊숙이 파고들며 성장했다. 화려한 군무나 완벽하게 짜인 콘셉트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가사와 정겨운 멜로디가 그 중심에 있다. 두 장르는 서로 경쟁하기보다, 한국 대중음악의 폭을 넓히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큰 물줄기로 함께 흐르고 있는 셈이다.
팬덤의 힘
오늘날 트로트의 인기를 이야기할 때 팬덤을 빼놓을 수 없다. 임영웅의 팬덤인 영웅시대는 단순히 음원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선한 영향력 활동으로도 주목받았다. 가수와 팬이 꾸준히 소통하며 만들어 낸 긍정적인 관계는 그를 국민 트로트 가수라는 자리에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 팬덤은 케이팝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트로트의 생명력을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사람의 노래
새 앨범부터 무대 뒤 이야기까지 음악을 소개해 온 사람으로서, 나는 트로트의 부활이 단순한 유행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느낀다. 그것은 화려함보다 진심에, 최신 유행보다 오래된 정서에 사람들이 여전히 반응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음악은 장르의 이름표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트로트가 다시 사랑받는 지금, 우리는 그 단순한 진실을 새삼 확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노래는 앞으로도 오래 이어질 것이다.

Keep subscribing to 박지수Her next filing reaches you the moment it publishes, on her own subdomain.
Subscri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