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6z가 1.5조 원 규모 펀드로 한국 AI 인프라 투자에 나선다. 얀 르쿤은 LLM의 한계를 짚으며 피지컬 AI와 월드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로벌 AI 리더들이 말하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과 산업 AI 협력의 구체적 방향.
실리콘밸리 주요 투자가들이 이번 주 서울에 집결한다.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인프라 팀이 한국 AI 하드웨어 및 인프라 기업과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다. 9월 11억 달러, 약 1조 4,900억 원의 ‘머신 에이지 펀드’ 결성을 직전이라, 투자처 발굴 의도가 뚜렷하다. 반도체, 컴퓨팅, 메모리, 네트워크 등 핵심 하드웨어부터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까지 AI 인프라 전반이 대상이다. a16z는 한국의 제조 역량과 산업 기반을 핵심 협력 분야로 명시했다.
같은 날,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얀 르쿤 AMI랩스 창업자 겸 회장이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산업 AI 글로벌 협력’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AI에 또 다른 혁명이 일어날 것이며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LLM의 한계를 지적하며,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월드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제조업 기반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1.5조 펀드, 한국을 향하다
a16z의 라구 라구람 제너럴 파트너가 인프라 팀과 함께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AI 인프라 전반에 걸친 투자를 담당하며, 성장 단계 포트폴리오 기업의 글로벌 전략을 총괄한다. 20년간 VM웨어에서 COO를 거쳐 CEO를 역임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기술 인프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 이번 방한은 a16z가 2025년 말 박성모 APAC GTM 총괄을 한국 내 첫 인력으로 영입한 이후, 협력 관계를 AI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a16z는 1,000억 달러, 약 150조 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글로벌 벤처캐피털이다. 에어비앤비, 피그마, 코인베이스, 로블록스, 리프트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 상장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머신 에이지 펀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기존 기술의 한계가 뚜렷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구축할 잠재력이 있는 신생기업에 집중한다. 한국은 반도체와 메모리, 첨단 제조 분야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어, AI 하드웨어와 컴퓨팅 인프라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기회를 기대할 수 있다.
라구 라구람은 “AI의 발전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기술 인프라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핵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기업 및 산업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새로운 기술과 사업 기회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a16z는 2025년 말부터 국내 크립토 생태계와의 협력을 추진해왔으며, 최근에는 AI를 비롯한 한국 기술 산업 전반으로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얀 르쿤, LLM의 한계를 말하다
얀 르쿤은 2018년 튜링 어워드 수상자로, 컨볼루션 신경망을 선구적으로 개발해 이미지 인식 분야를 혁신했다. 현재 AMI랩스 창업자 겸 CEO이며, Meta에서 수석 AI 과학자 겸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수학 정리를 증명하는 AI는 있지만 10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조차 로봇은 해내지 못한다”며 LLM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다.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월드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르쿤은 AMI랩스가 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를 활용해 월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AI 시스템이 코딩이나 수학처럼 예측 가능한 작업에서는 잘 수행하지만, 실제 세계 정보는 언어보다 훨씬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I가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기반 모델은 오픈 가중치와 오픈소스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의 연구 역량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부와 뉴욕대가 공동 설립한 글로벌 AI 프런티어 랩을 언급했다.
다만 해외 인재까지 끌어들일 연구·혁신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정우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AI 경쟁은 뛰어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산업 현장의 생산성과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중국도 모든 역량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각국의 기술, 데이터, 연구 역량을 결합해야 한다는 취지다.

피지컬 AI, 한국의 무대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 CEO는 미국식 대규모 AI 투자 경쟁을 경계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오픈AI, 앤트로픽처럼 막대한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하면 자원을 낭비할 수 있다”며 “안전과 거버넌스에 투자하라. AI를 일찍 도입하고 자주 도입하라”고 조언했다. 상반되는 것처럼 들리지만, 안전과 보안, 거버넌스를 갖추면 오히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앤서니 아눈지아타 AI 얼라이언스 공동창립자 겸 공동의장은 독자 AI 개발과 국제 공동개발이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자체 AI 모델과 프로젝트 태피스트리 모델이 공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100%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통 기반 모델은 협력해 개발하되, 산업별 기술과 데이터의 통제권은 한국이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프로젝트 태피스트리는 연합 학습을 활용해 데이터가 중앙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도 AI 모델이 학습할 수 있게 한다.
지미 리 ASI 파운드리 회장은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피지컬 AI 시대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탄탄한 제조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며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공장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며 주저하는 비용이 과감하게 행동하는 비용보다 더 클 것”이라며 피지컬 AI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 협력, 무엇을 기대하나
a16z의 방한 기간에는 국내 AI 하드웨어 및 인프라 분야의 주요 기업과 관계자들을 만나 기술 개발과 사업화 기회를 논의한다. a16z 포트폴리오 기업과의 파트너십 가능성도 모색한다. AI 기반 신규 사업 창출과 한국 기업의 성장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된다. 반도체와 로보틱스가 주요 협력 분야로 꼽힌다. 한국은 반도체와 메모리, 첨단 제조 분야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어 AI 하드웨어와 컴퓨팅 인프라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기회를 기대할 수 있다.
로보틱스 역시 AI 기술 적용이 확대되면서 주요 협력 분야로 보고 있다. a16z는 그간 인프라 소프트웨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으며, 지난 9월 AI 하드웨어 기술 투자에 특화된 첫 번째 펀드인 ‘머신 에이지 펀드’를 조성했다. 주요 투자 분야는 반도체, 컴퓨팅, 메모리, 네트워크 등 핵심 하드웨어부터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반 기술 전반을 아우른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기존 기술의 한계가 뚜렷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구축할 잠재력이 있는 신생기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한국 제조업, 데이터의 무대
글로벌 AI 전문가들은 제조 현장에 축적된 데이터와 산업 역량을 한국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꼽는다.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공장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LLM의 한계를 넘어서는 월드 모델 개발에 핵심이 된다.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실제 산업 현장의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제조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경쟁력을 AI와 결합하면 피지컬 AI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a16z와 얀 르쿤의 발언은 모두 이 방향을 가리킨다. AI의 미래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기술 인프라 전반의 변화에 있으며, 한국은 이 변화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글로벌 AI 리더들이 서울을 찾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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