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에 맞설 국산 대형 모델을 만들기 위한 정부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5개 팀 중 3곳이 1차 관문을 통과한 가운데, 탈락 배경과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한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국가적 도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해외 기술을 가져다 쓰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우리 손으로 대형 모델을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에 맞설 국산 소버린 모델을 개발하려는 정부 주도의 야심 찬 프로젝트가 자리 잡고 있다.
다섯 곳의 출발선
이 프로젝트는 애초에 다섯 개의 유력 팀을 선정하며 출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 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엔씨소프트 계열의 NC AI, 그리고 LG그룹의 LG AI연구원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챗지피티를 운영하는 오픈에이아이 같은 미국 빅테크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2년에 걸쳐 폭넓은 지원을 받기로 했다.
세 곳으로 압축되다
그러나 경쟁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1차 관문에서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그리고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다음 단계로 올라섰다. 반면 처음 선정됐던 다섯 팀 가운데 네이버 클라우드와 NC AI는 1차 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초반의 기대와 달리 명단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평가는 어떻게 이뤄졌나
탈락과 통과를 가른 기준은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출된 결과물을 세 가지 축으로 평가했다. 벤치마크 성능 시험에 40점, 전문가 패널의 심사에 35점, 그리고 실제 사용자 피드백에 25점을 배정한 것이다. 단순한 기술 지표뿐 아니라 실제 쓰임새까지 두루 살펴보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네이버가 탈락한 이유
특히 네이버 클라우드의 탈락은 원천 기술의 독립성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비전 인코더가 알리바바의 큐원 2.5-VL 32B 모델에서 미리 학습된 매개변수를 활용했고, 그 가중치가 갱신이 불가능한 닫힌 형태로 고정돼 있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과연 자체 모델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물음이 제기된 것이다.
선두를 지킨 LG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LG AI연구원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팀은 모든 평가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하며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쌓아 온 그룹의 저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남은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원과 국가 대표의 지위
다음 단계로 진출한 팀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이들은 고성능 컴퓨팅 자원과 방대한 데이터셋을 이용할 수 있으며, 국가를 대표하는 개발자라는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받는다. 자금과 인프라, 그리고 상징성까지 함께 제공함으로써 개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왜 소버린 모델인가
이 모든 노력의 근본에는 기술 주권이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핵심 모델을 해외 기업에 의존할 경우, 데이터와 중요한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쥐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자국의 언어와 문화, 산업 특성에 맞는 모델을 직접 갖추는 일은 단순한 자존심을 넘어 경제와 안보의 문제로도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산 모델이 갖는 또 다른 강점은 언어와 맥락의 이해에 있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모델은 한국어의 미묘한 뉘앙스나 국내 특유의 제도와 문화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자국의 데이터와 언어로 다듬어진 모델은 공공 서비스나 산업 현장에서 훨씬 정교하게 작동할 수 있어, 실사용 측면에서도 분명한 이점을 지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막대한 국가적 투자

정부의 의지는 예산 규모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첨단 제조업을 2027년 약 820조 원, 미화로 약 5920억 달러에 이르는 예산의 한가운데 두고 있다. 나아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 약 1만 개를 사들여 대형 모델 구축에 투입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성공적으로 국산 모델을 확보한다면 고부가가치 일자리와 새로운 산업이 잇따라 생겨날 수 있고, 한국은 인공지능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굳힐 수 있다. 반대로 뒤처질 경우 그 격차를 따라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이번 도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남은 과제와 일정
물론 앞길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평가 일정은 6월 30일을 넘겨 유연하게 관리될 수 있다고 알려졌으며, 세계 최고 기업들과의 경쟁, 값비싼 컴퓨팅 자원의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결국 이 국산 모델들이 발표 속 약속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유용하고 믿을 만한지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Keep subscribing to 김민준Her next filing reaches you the moment it publishes, on her own subdomain.
Subscri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