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연구부터 국산 통신망, 로봇까지. AI 페스타 2026에서 공개된 기술의 현재와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10월 6일, 삼성동 코엑스 C홀은 평소보다 더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 'AI, 현실이 되다. 모두의 AI'라는 슬로건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350개 기업과 기관이 500개 부스를 채워 넣은 밀도 높은 현장의 진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약 6만 명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 공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AI 페스타 조직위원회는 8일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한다. 관람객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화려한 성능 수치보다, 기술이 얼마나 무겁고 현실적인 형태로 산업 현장에 착지했는지를 확인하려는 눈치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모델의 벤치마크 점수 경쟁을 떠나,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KT는 'Korea's Growth with AI'를 내세워 AX 인프라부터 플랫폼, 서비스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한 여정을 부스 곳곳에 배치했다. 한국문화정보원은 생성형 AI가 달린 문화 전시 안내 로봇 '큐아이'를 통해 일상 속 문화 향유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시연했다. 추상적인 개념이 코엑스 바닥 위를 걷는 서비스와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학생들이 만든 로봇, 재난 현장의 해법
한국기술교육대학교(한기대) 부스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컴퓨터공학부, 전기·전자·통신공학부, 기계공학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AI·소프트웨어 작품 7점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중에서도 '다중환자 대응 자동흉부압박로봇'이 압권이었다. 비접촉 방식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일정한 깊이와 속도로 흉부압박을 수행하는 이 기기는 다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서 구조 인력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계됐다. 지난달 열린 '2026 엔지니어링 산업 경진대회' 설계 아이디어 부문에서 대상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이미 인정받은 상태다.
사기 예방 플랫폼 '스캠가드(ScamGuard)' 역시 실용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자와 카카오톡 캡처, PDF, 이미지, 음성 등을 AI로 분석해 사기 위험을 판단하는 이 시스템은 2만 건 이상의 사기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유사 패턴을 찾고, 실시간 음성 분석을 통해 위험 표현이 감지되면 즉시 경고를 발동한다. 지난 8월 'AI·SW 중심대학 디지털 경진대회'에서 후원기업상을 받은 이 기술은 일상 속 사기 범죄에 대한 AI의 방어벽 역할을 수행한다. 4족 보행 로봇과 로봇 팔을 결합한 자율 쓰레기 수거 시스템 '에코워커(ECO WALKER)'와 로봇 팔을 활용한 샌드 아트 퀴즈 '샌드 마인드(Sand Mind)' 등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기술로 구현된 모습은 미래 AI 인재의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권오영 SW중심대학사업단장은 '학생들이 쌓아온 AI·SW 역량과 문제해결 능력을 산업계와 일반 관람객에게 직접 선보이는 자리'라며 실무형 인재 양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유길상 총장 역시 'AI와 로봇기술을 사회와 산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단순한 학업의 산출물이 아니라, 실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로 이어지는 과정은 한국 AI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

국산 통신망, 대학 캠퍼스에서 실증
AI 페스타의 이면에서는 국가 핵심 인프라를 둘러싼 치열한 전략이 숨 쉬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차세대 통신망 실증 사업을 개시하며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3곳에 국산 AI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2026년 국비 22억 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뉴젠스가 주관하고 에이치에프알, 삼성전자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2027년 12월까지 수행된다. 핵심은 외산 통신 장비와 소프트웨어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장비의 성능을 검증하여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 위협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대학별 특화 서비스 실증도 진화하고 있다. 서울대는 AI 홀로그램 기술을 접목한 캠퍼스 통합 안내와 논문 해설 서비스를 선보이고, 카이스트는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교내 배송 서비스를 실증한다. 연세대는 다중 양식 사족보행 로봇을 투입해 실내 자율순찰과 동행 안내 서비스를 펼친다. 김형철 NIA 원장은 'AI 시대 통신망은 단순 전송 인프라를 넘어 다양한 지능형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대학 연구진과 산업계 기술 역량을 결합해 국산 장비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실증망은 국가 핵심 인프라의 기술 종속을 방지하고, 국산 AI 통신 규격과 원천 특허를 선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초개인화 헬스케어와 로봇 제조
바디프랜드는 '2026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에서 '스마트라이프케어' 부문 1위에 오르며 헬스케어로봇 시장에서의 확고한 지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122개 산업 부문, 455개 기업 및 기관, 1만 1,000명 이상의 소비자가 참여한 이 조사에서 바디프랜드는 상품, 서비스, 브랜드 이미지 등 여러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4년간 AI, 디지털 헬스케어, 로보틱스 기술을 제품에 적극 적용해 온 노력의 결실이다. 올해 선보인 '733', '퀀텀AI프로', '다빈치AI프로' 등 신제품은 웨어러블 로봇 구조와 음성 언어 분석, 맞춤형 마사지 프로그램을 생성·실행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통해 개인별 신체 상태와 선호도에 맞춘 초개인화 경험을 제공한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정부가 지원하는 두 개의 주요 R&D 사업을 수주하여 681억 원의 보조금을 확보했다. 두산은 자사 308억 원을 추가 투입하여 2031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온디바이스 AI 시스템온칩을 개발한다. 이 칩은 비전, 힘, 토크, 음성 등 멀티모달 데이터를 로봇 자체에서 처리하여 클라우드 서버나 PC에 의존하지 않고 지연 시간과 보안 위험을 제거한다. 방위산업, 원자력, 바이오 의약품 등 민감한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기술이다. 또한, 45개월간의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협동 로봇, AI,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합하여 원자력 부품의 정밀 용접을 자동화하며, 95%의 동작 일치율과 50%의 생산 시간 단축을 목표로 한다.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CEO는 '산업 노동력 부족과 숙련된 인력 고령화는 전통적인 자동화의 규모 확대로 해결할 수 없다'며,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와 협동 로봇 플랫폼을 결합하여 피지컬 AI를 한국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기업들의 AI 전환, 실험을 넘어 배포로
글로벌 기업들은 AI 실험 단계에서 생산 배포 단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Tech Mahindra는 Google Cloud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전 세계 12,500명 이상의 직원에게 'Build with Gemini' 워크숍을 출시했다. 이 몰입형 워크숍에서는 참가자들이 Gemini Enterprise를 사용하는 에이전트 도구와 솔루션을 생성, 보호 및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며, 워크숍을 마친 직원은 Google Cloud Skill Badge를 획득한다. Pramod Panda 최고 학습 책임자는 '기업 AI는 조직이 기술 혁신과 이를 생산에 투입하기 위한 인재 및 전달 역량을 결합할 때만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AI Delivered Right 전략을 통해 고객이 AI 목표를 빠르게 실현하고 측정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로봇 자회사 Rainbow Robotics를 통해 북미 제조업 시장에서의 '물리적 AI' 비즈니스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ainbow Robotics는 최근 북미 제조 자동화 기업, 산업 물류 자동화 기업 Heartland Automation, 그리고 시스템 통합(SI) 기업 E-Tech Group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Heartland는 Rainbow Robotics의 협동 로봇이 자동화 솔루션으로 전환되는 데 필요한 시스템 통합 지원을 담당하고, E-Tech Group은 협동 로봇 라인업에 대한 SI 솔루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3개월 전 CEO 직속으로 'RX(Robotics Experience) 비즈니스 촉진 사무소'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AI 자율 공장을 실현하는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AI가 더 이상 추상적인 기술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코엑스 C홀에서 펼쳐지는 AI 페스타 2026는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다. 이는 한국이 AI 기술을 통해 사회와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총력전의 현장이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부터 국가 인프라의 주권 확보, 초개인화 헬스케어, 그리고 글로벌 제조업의 AI 전환까지, AI는 이제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8일까지 이어지는 이 행사는 AI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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