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바탕에 검은 점이 박힌 무당벌레는 예쁜 겉모습 뒤에 진딧물을 잡아먹는 유능한 사냥꾼의 얼굴을 숨기고 있다. 어른벌레 한 마리가 하루에 진딧물 예순 마리 이상을 먹어 치우는 익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칠성무당벌레가 가장 흔하다. 죽은 척과 고약한 냄새로 몸을 지키는 작은 곤충의 이야기.
빨간 바탕에 검은 점이 콕콕 박힌 작고 동그란 곤충, 무당벌레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곤충이다. 예쁜 겉모습 덕분에 그림책이나 각종 장식품에도 단골로 등장하지만, 사실 무당벌레는 우리의 농사와 정원을 조용히 지켜 주는 아주 유능한 사냥꾼이기도 하다.
진딧물의 무서운 천적
무당벌레가 익충으로 이름을 널리 떨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진딧물 때문이다. 진딧물은 식물의 여린 즙을 빨아먹으며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해충인데, 무당벌레는 바로 이 진딧물을 즐겨 잡아먹는 무서운 천적으로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그 식성은 실로 대단하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무당벌레 어른벌레 한 마리는 하루에 진딧물을 예순 마리 이상 먹어 치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른벌레뿐만 아니라 애벌레 역시 진딧물을 사냥하기 때문에, 무당벌레는 한살이 내내 부지런히 해충을 잡아먹는 셈이다.
농약을 대신하는 작은 일꾼

이런 왕성한 식성 덕분에 무당벌레는 농업 현장에서 농약을 대신하는 천연 방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독한 화학 약품을 뿌리지 않고도 해충의 수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이로운 친환경 농법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무당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칠성무당벌레다. 이름 그대로 빨간 딱지날개 위에 검은 점이 일곱 개 찍혀 있으며,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두루 볼 수 있고 특히 오월 무렵에 그 개체수가 가장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은 척과 고약한 냄새
작고 느릿느릿해 보이는 무당벌레에게도 나름대로 영리한 생존 전략이 있다. 위험을 느끼면 칠성무당벌레는 갑자기 땅으로 뚝 떨어져 죽은 척을 하며 적을 감쪽같이 속이는데, 이 간단해 보이는 속임수만으로도 배고픈 천적의 눈을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다.
그래도 적이 끈질기게 몸을 건드리면, 이번에는 다리 관절 사이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쓴맛이 강한 액체를 뿜어낸다. 눈에 확 띄는 새빨간 몸 색깔은 사실 나는 맛이 없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미리 알리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모두가 이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의 모든 무당벌레가 농부의 친구인 것은 아니다.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처럼 일부 종류는 오히려 감자나 가지 같은 작물의 잎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똑같이 무당벌레라는 이름을 달고도 정반대의 역할을 하며 농부들을 골치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무당벌레를 만났을 때에는 등에 찍힌 점의 개수와 전체적인 생김새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관찰 거리가 된다. 대부분의 무당벌레는 이로운 익충이지만, 이렇게 예외도 있다는 사실은 자연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를 잘 보여 준다.
낙엽 밑에서 겨울나기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 무당벌레는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어른벌레는 낙엽 밑이나 돌 틈, 때로는 건물의 작은 틈새 같은 곳에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몸을 숨기고,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이듬해 봄이 오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 무당벌레들은 다시 밖으로 나와 짝을 찾고 알을 낳는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애벌레와 어른벌레가 또다시 진딧물 사냥에 힘차게 나서면서, 정원과 밭을 지키는 작은 생명의 순환이 해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정원의 작은 영웅
무당벌레는 몸집은 작지만 결코 하찮게 볼 수 없는 곤충이다. 화려하고 귀여운 겉모습 뒤에는 해충을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숨어 있으며, 농약에 기대지 않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정원이나 들판에서 빨간 무당벌레를 우연히 만나거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지켜보면 좋겠다. 그 작은 몸속에는 진딧물 사냥꾼이자 자연의 균형을 묵묵히 지켜 가는, 이름 없는 작은 영웅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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