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중순이면 노란 부리의 큰고니가 북쪽에서 한반도로 내려온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큰고니는 주남저수지 같은 습지에서 겨울을 나며, 올해도 한강과 왕송호수 등지에서 그 모습이 확인됐다. 겨울 물가를 하얗게 수놓는 큰고니와 이들을 지키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큰고니는 우리나라를 찾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 가운데 하나다. 몸집이 크고 온몸이 새하얀 깃털로 덮여 있으며, 노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부리가 가장 큰 특징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오래전부터 천연기념물 제201호의 2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동시에 큰고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도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개체수가 넉넉하지 않은 만큼, 이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호수와 저수지, 그리고 강 하구의 넓은 습지를 온전하게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철새들의 낙원, 주남저수지
큰고니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경남 창원에 자리한 주남저수지다. 이곳에는 매년 10월 중순부터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청둥오리와 고방오리, 그리고 고니와 큰고니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물새들이 큰 무리를 지어 찾아든다.
주남저수지는 겨울철이면 150여 종이 넘는 새들이 관찰되고, 하루 평균 1만에서 2만 마리에 이르는 개체가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만 마리의 철새가 한자리에 모여 겨울을 나는, 그야말로 철새들의 낙원이라 부를 만한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겨울을 나는 큰고니들

큰고니는 낮 동안 저수지나 강에서 물풀의 뿌리와 줄기, 그리고 낟알 등을 먹으며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긴 목을 물속 깊숙이 넣어 먹이를 찾는 모습은 추운 겨울 물가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장면으로, 카메라를 든 많은 탐조객의 발길을 오래 붙잡는다.
해 질 무렵이 되면 큰고니들은 가족 단위로 모여 서로를 부르며 낮게 울음소리를 주고받는다. 밤에는 천적을 피해 넓게 트인 물 위에서 다 함께 쉬며, 이렇게 무리를 이루어 겨울을 나는 습성 덕분에 매섭게 추운 계절에도 서로를 든든하게 지킬 수 있다.
올겨울의 기록들
2026년에도 큰고니의 반가운 소식은 여러 곳에서 이어졌다. 산곡천이 한강과 만나는 당점섬 일대에서는 백여 마리의 고니가 무리를 지어 겨울을 나는 모습이 관찰되었고, 경기도의 왕송호수에서도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네다섯 마리가 또렷하게 확인되었다.
이처럼 큰고니는 낙동강 하류의 이름난 철새 도래지뿐 아니라, 이제는 도시와 가까운 호수와 하천에서도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겨울을 나는 만큼, 이들을 지키려는 우리의 관심과 배려도 그만큼 더 절실하게 필요해진 셈이다.
겨울 물가를 지키는 일
큰고니가 해마다 변함없이 이 땅으로 돌아오려면 무엇보다 서식지가 온전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습지의 축소, 그리고 겨울 가뭄으로 인한 수위 저하는 이들이 편히 쉬고 먹을 공간을 좁히는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행히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탐조 단체가 저수지와 강 하구를 보호하고, 큰고니를 비롯한 겨울 철새를 함께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이 오래 이어질 때, 겨울 물가를 하얗게 수놓는 큰고니의 풍경도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
다시 찾아온 하얀 손님
큰고니는 단순한 겨울 철새를 넘어, 한 해의 계절이 조용히 바뀌고 있음을 알려 주는 자연의 전령과도 같은 존재다. 이들이 찾아오면 비로소 한국의 들판과 물가에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음을 사람들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하얀 손님들이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다. 이들이 편안히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무사히 북쪽으로 떠날 수 있도록, 깨끗한 물과 조용한 쉼터를 지켜 주는 일은 오롯이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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