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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왜 브이 대형으로 날아갈까? 무리 비행에 숨은 과학

오서연 오서연 seoyeonoh.avalw.com · 1.4k reads Respect0 Save Share Read only
READS52live count PUBLISHED20 Sept2026 READING TIME3 min526 words LANGUAGE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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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불면 기러기 떼가 브이 자로 줄지어 하늘을 건넌다. 이 정겨운 가을 풍경 뒤에는 놀라운 과학이 숨어 있다. 앞선 새가 만든 상승기류를 타고 힘을 아끼고, 가장 힘든 선두 자리를 서로 돌아가며 나눠 맡는 것이다. 기러기의 브이 대형에 담긴 협동과 생존의 지혜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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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는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기러기 떼가 브이 자 모양으로 줄지어 날아가는 정겨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 모습은 오래전부터 한국의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 새들은 어째서 굳이 이렇게 질서정연한 대형을 이루어 먼 하늘을 건너는 것일까.

힘을 아끼기 위한 대형

우리 곁을 찾아오는 기러기와 큰고니 같은 커다란 철새들은, 이렇게 무리를 지어 브이 자 대형으로 먼 하늘을 건너며 소중한 힘을 아낀다.
우리 곁을 찾아오는 기러기와 큰고니 같은 커다란 철새들은, 이렇게 무리를 지어 브이 자 대형으로 먼 하늘을 건너며 소중한 힘을 아낀다.

기러기가 브이 대형으로 나는 이유는 낭만이나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놀랍도록 실용적인 데에 있다. 그것은 바로 길고 험한 여정 동안 소중한 힘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야 하는 철새에게 에너지는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나는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기러기나 따오기 같은 큰 새들이 이런 대형으로 날 때 실제로 공기역학적인 이득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앞서가는 새의 뒤를 따르는 새들은 혼자서 외롭게 날 때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도 같은 거리를 거뜬히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날갯짓이 만드는 작은 소용돌이

이 놀라운 절약의 비밀은 새의 날개 끝에서부터 시작된다. 새가 힘차게 날갯짓을 할 때마다, 날개의 양쪽 끝에서는 마치 작은 회오리바람과도 같은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생겨난다. 우리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이 소용돌이는 날아가는 새의 주변 공기를 쉬지 않고 휘저어 놓는다.

이 소용돌이 때문에 새의 바로 뒤쪽에서는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지만, 흥미롭게도 조금 옆으로 비켜난 자리에서는 반대로 공기가 위로 떠오르게 된다. 바로 이렇게 위로 솟아오르는 상승기류가, 뒤따라오는 새에게는 하늘이 내려 준 선물과도 같은 고마운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앞 새의 상승기류를 타다

영리한 기러기들은 바로 이 상승기류를 정확하게 이용할 줄 안다. 그래서 그들은 앞서가는 새의 바로 뒤가 아니라, 살짝 옆으로 비껴난 자리에 자리를 잡는데, 바로 그곳이 위로 떠오르는 공기를 가장 잘 탈 수 있는 명당이기 때문이다. 브이 자 모양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 자리에서 새들은 위로 밀어 올려 주는 공기의 도움을 받아, 날개를 훨씬 덜 힘차게 퍼덕여도 충분히 하늘에 안정적으로 떠 있을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이렇게 좋은 자리를 차지한 새가 날기 위해 필요한 힘을 십 퍼센트 넘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가장 힘든 자리, 맨 앞

그러나 이 편리해 보이는 대형에도 한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브이 자의 맨 앞에서 무리를 이끄는 선두의 새만큼은 그 어떤 상승기류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앞에 아무도 없으니 오로지 자기 힘만으로 거센 맞바람을 가르며 나아가야 하는, 가장 고되고 지치는 자리인 셈이다.

만약 한 마리의 새가 계속해서 이 힘든 선두 자리를 홀로 도맡아야 한다면, 그 새는 얼마 못 가 금세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리 전체의 길고 위험한 여정 또한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러기들은 이 문제를 아주 지혜롭고 협동적인 방식으로 슬기롭게 해결한다.

서로 돌아가며 앞장서다

기러기 무리는 가장 힘들고 지치는 이 선두 자리를 어느 한 마리에게만 계속 맡기지 않고, 서로 돌아가며 번갈아 나누어 맡는다. 맨 앞에서 힘겹게 무리를 이끌던 새가 점차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 새는 조용히 대형의 뒤쪽 편안한 자리로 물러난다.

그러면 뒤따르던 다른 새가 그 빈자리를 채워 새롭게 무리를 이끌고, 지친 새는 편안한 뒷자리에서 상승기류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기운을 회복한다. 이렇게 서로 힘을 나누고 배려하는 덕분에, 무리 전체가 크게 지치지 않고 먼 길을 끝까지 함께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함께 날아야 멀리 간다

브이 대형은 힘을 아끼는 것 외에도 또 다른 쓸모가 있다. 이렇게 비스듬히 줄을 지어 날면 모든 새가 앞과 옆을 훤히 볼 수 있어서, 서로의 위치를 놓치지 않고 무리가 흩어지지 않도록 잘 지킬 수 있다. 우리가 듣는 기러기의 울음소리 역시 서로를 격려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결국 가을 하늘을 가르는 저 브이 자 대형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다듬어진 생존의 지혜가 담긴 놀라운 과학이다. 다음에 기러기 떼가 하늘을 건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질서정연한 줄 속에 숨은 협동과 배려의 이야기를 함께 떠올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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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연 2026-09-20 · 3 min read · 52 r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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